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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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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 “미국 핵무기, 폴란드로 옮겨 달라”…러시아 견제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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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4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특별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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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에 폴란드 영토로 핵무기를 이전해 줄 것을 요구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경이 동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26년 뒤엔 나토의 인프라도 동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건 내겐 당연하다(obvious)”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옮겨야 할) 시간이 됐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가 폴란드로 왔었더라면 훨씬 더 안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논의를 위해 미국이 파견한 키스 켈로그 미국 특사와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나토 간 핵공유 협정에 따라 미국은 나토 회원국 일부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있다. 2025년 현재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으며, 이들 나라는 전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투기를 운용하는 등 핵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만약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폴란드가 미국 통제 하에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러시아가 경계할 것은 명백하다. 두다 대통령은 미국 핵무기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러시아는 핵무기를 벨라루스로 옮길 때 주저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않았다”고도 상기시켰다. 202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공화국으로 전진 배치한 바 있다.



폴란드에선 최근 러시아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다. 폴란드는 올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4.7%를 국방비로 편성했다. 지난달 22일엔 두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짧은 만남을 갖고 폴란드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와 상관없이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미군이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선 부당하다고 일축하며 “우리는 미국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며, 미국도 폴란드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약속을 깨고 폴란드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의 핵으로 유럽 동맹국을 지켜야 한다는 ‘핵우산론’을 편 데 대해서도 폴란드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좋은 방법이라고 반겼다. 다만 그는 현재 비핵국가인 폴란드가 자체 핵무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만의 핵 능력을 갖추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앞서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7일 의회 연설에서 폴란드가 재래식 무기 구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체 핵무장으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한편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의 외무장관인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스페이스엑스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와 입씨름을 벌인 것에 대해서는 “완전히 불필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시코르스키 외무장관은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타링크 위성통신시스템이 없었다면 벌써 러시아가 이겼을 것’이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에 올리자,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를 위해 폴란드 디지털화부가 연간 약 5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며 “침략 피해자를 협박하는 윤리는 차치하더라도, 스페이스엑스(X)가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라면 우리는 다른 공급업체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에 머스크는 “조용히 하시지 소인배. 당신들이 지불한 건 총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결국 우크라이나에 있는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끊진 않을 것이라고 확답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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