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분노한 2030세대의 목소리
“尹담화문 발언 믿어… 탄핵 막으려 싸울 것”
25세 보수 최형준 씨
20대 보수 청년인 숭실대 4학년 최형준 씨가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정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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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 정문 앞. 숭실대 4학년 최형준(가명·25) 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이다. 대통령을 지키자!” 이날 최 씨를 비롯한 대통령 지지자와 탄핵 찬성 측 시위대 100여 명은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빨갱이는 북한으로”, ”내란동조 세력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최 씨가 180도 달라진 건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순간부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으며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이 든 최 씨는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신문 기사들을 매일 1∼2시간씩 뒤져 봤다. 며칠 뒤 최 씨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이후 최 씨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들의 영상이 많아졌다. 계엄 전에 즐겨 봤던 게임, 독서, 음악 영상들은 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최 씨는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고정 일과도 생겼다. 유튜브와 언론사 뉴스를 1시간 40분 동안 차례대로 보는 것이다. 정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도 정독한다. 최 씨는 “유튜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유튜브가 기존 언론보다 맥락을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최 씨는 또래 친구를 만나 노는 것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됐다. 탄핵 외에 다른 얘기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최 씨는 “호남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유튜브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심취했다’고 생각하지만 난 소신대로 탄핵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27세 진보 김가연 씨
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20대 진보 청년 김가연 씨가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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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파면하라! 구속 취소는 말도 안 된다!”
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한 도로에 선 김가연(가명·27) 씨는 ‘내란종식 민주수호’가 적힌 손팻말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김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에 1, 2번꼴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 금남로에 있었다. 탄핵안 통과 뉴스가 뜬 순간 김 씨는 도로를 가득 메운 2만여 명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김 씨는 계엄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건 진보 성향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계엄 이후 이제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1시간씩 정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주로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던 진보 유튜버들의 영상을 꾸준히 찾아서 보고 있다. 김 여사나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을 자세히 풀어주는 유튜브 영상도 김 씨의 주요 구독 목록에 있었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이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을 거란 의심을 품고 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부인 리스크와 공천 개입 등 개인적인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면서도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논란들을 심층적으로 다루다 보니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금된 지 53일 만에 석방되면서 김 씨의 걱정은 깊어졌다.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뿐만 아니라 내란죄 관련 수사도 혹시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 씨는 “법원과 검찰, 경찰이 대통령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고 심판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며 “‘내란의 밤’에 느꼈던 국민들의 공포가 반복되지 않길, 그간의 노력이 허탈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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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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