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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고정밀 지도 함부로 내주지 못하는 이유…주권·안보 직결[구글 韓지도욕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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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축척 1:5000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재요구

구글 "보안시설 블러 처리하는 대신 좌푯값 요구"

해외 기업에 보안시설 정확한 위치 알려주는 우려 제기

뉴시스

[서울=뉴시스] 구글 맵스 앱 로고 (사진=구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정부뿐만 아니라 국내 IT업계·학계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 요청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안보·영토 주권 차원 때문도 있다.

이미 구글은 국내외 불문하고 보안·군사시설 가림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한국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두려고 하는데 정부 행정력 밖에 있는 만큼 향후 보안·군사시설 정보를 수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도 있다.

특히 정부가 구축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정부 예산, 즉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산이다. 구글코리아는 그동안 매출 축소 신고에 따른 법인세 회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구글이 국내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 등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도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지도 데이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불합리한 조치라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韓 "지도 줄게, 보안시설 흐리게 해달라" vs 구글 "좋아, 대신 시설 좌표 알려줘"

[상하이=AP/뉴시스] 지난 2018년 11월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에 설치된 구글 로고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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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지난달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를 해외 구글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도록 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안보 우려로 불허된 만큼 구글은 한국 정부가 요구했던 국내 보안시설 안보 처리를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당시 정부는 구글에 보안시설 위치를 흐리게(블러) 처리하거나 국내에 서버를 구축해 보안시설 정보를 바로 시정하면 데이터를 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구글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불허 결정이 났다.

구글은 한발 물러 정부가 요구했던 블러 처리를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블러 처리에 필요한 보안 시설 좌푯값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수정한 지도 데이터를 주는 게 아니라 회사가 직접 위치를 알아내 블러 처리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정부가 해외 민간 기업에 보안 시설 위치를 모두 넘겨주는 상황이 된다.

정부는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도 과거 구글과 해외 국가 간 안보 이슈로 마찰이 있던 점을 들며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18년 벨기에 국방부는 구글에 벨기에 주요 군사시설 위성사진을 가림 처리해달라 요구했으나 구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구글 측은 벨기에 국방부와 2년여간 보안시설 가림 문제에 대해 협력해 왔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브뤼셀 타임스에 따르면 2019년 구글은 원자력 발전소 위성·항공 사진을 흐리게 가려달라는 벨기에 원자력 기관 요청을 거부했으며 2020년 교도소 건물 위성사진을 흐리게 처리해 달라는 교도소 측 요구에도 "법적 의무가 있을 때만 조정한다"며 거부했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구글 지도 서비스 때문에 군사기지가 노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자국군 비밀 군사 기지가 구글 지도에 노출됐고 러시아가 이를 배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구글 위성지도 서비스 '구글 어스'에는 대통령 관저 위치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저해상도로 제공 중인 구글 지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등 국내 서비스 중인 지도에서는 완전히 나타나지 않는 것과 다르다.

구글 측은 "반출을 요청한 지도데이터나 구글 지도상의 위성 이미지들은 국가 안보에 추가적인 위협 요소를 갖고 있지 않다. 이미 정부성과심사를 통한 지도 데이터에서는 모두 삭제돼 있다"며 "오히려 한국 정부는 해외 위성 이미지 제공 업체로부터 구매한 위성 이미지들로부터 한국의 민감 지역을 삭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도 데이터≒국가 자산, 구글에 정밀 지도 넘기면 배만 불려주는 꼴"


구글이 그동안 납세 상황 등을 비춰볼 때 국가 자산인 지도 데이터를 무료로 구글에 넘기는 건 불합리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제공하는 지도 데이터는 정부가 수십년간 구축해 온 국가 자산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이 1993년 디지털 정밀 지도 제작에 착수해 2001년 1대 5000 초정밀 전국 지도를 완성했다.

매년 지리 정보가 바뀌는 만큼 항공사진, 지명 정비 작업, 지도 고도화 등을 진행하는 데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이 집행된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본도 제작에 836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모빌리티 등 국내 기업은 정부에 제공받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가지고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에 따른 수익 일부도 법인세로 납부하고 있다. 결국 국내 기업에 지도 데이터를 제공하는 건 정부 지도 데이터 개선 사업에 기여하는 셈이다.

하지만 구글은 오히려 국내 매출을 축소 신고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한국재무관리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구글코리아 매출이 12조원, 관련 법인세로만 5180억원으로 추정되나 실제 납부세액은 155억원 수준에 불과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경훈 구글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8. 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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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법인세 회피 논란이 지적됐으나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서비스 제공 주체가 아니라며 구글코리아 매출도 아니라고 일축했다. 김 사장은 "구글은 국내법과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면서도 "매출이 적은 것은 구글코리아가 해당 서비스들의 계약 주체,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글코리아) 매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납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는 의혹에 휩싸인 구글이 정부에 받은 정밀 지도 데이터로 유료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결국 국민이 세금도 내면서 유료 서비스도 이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도 정보는 단순한 길 찾기나 산업적 가치를 넘어서서, 국가 안보, 치안, 재난 관리, 군사 전략 관점에서도 중요한 국가 전략 자산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구글이 국민 혈세로 만든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반출하면 오히려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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