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7 (월)

무능·부패한 대통령에 분노 세르비아 시민 30만명 “나라를 나라답게”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5일(현지시각)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대 규모의 반부패 시위에 참가한 시위대 모습.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발칸반도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15일(현지시각) 시민 10∼30만명이 운집해 정부와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한 기차역에서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로 15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한 뒤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가 계속되면서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시위대를 맞닥뜨렸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날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집회 소식과 함께 정부 추산 10만700명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독립 감시 기구인 공공 회의 보관소는 27만5000명에서 32만5000명 가량이 집회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 수는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관의 추정치를 기준으로 보면 인구수가 약 660만명인 세르비아에서 20명 중 1명이 집회에 나온 셈이다. 지난해 11월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집회는 4개월째 열리고 있다. 15일 열린 집회는 기차역 참사 희생자 15명을 기리는 뜻에서 ‘15를 위한 15(15 for 15)’로 명명됐으며, 시민들은 희생자를 위해 15분 동안 묵념하는 시간도 가졌다.



대규모 집회의 배경엔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대한 깊은 분노가 자리한다. 지난해 11월 세르비아 북부 노비사드의 기차역에서 콘크리트로 된 야외 지붕이 갑자기 무너져 시민들을 덮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부실공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 기차역은 3년간 보수공사를 거친 뒤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는데, 참사 조사 과정에서 안전하지 않은 공법을 쓰고, 부패를 은폐하려던 정부 관료들의 시도가 드러났다. 부치치 대통령이 속한 세르비아 진보당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정권을 잡고 있다. 에이피는 시민들이 노비사드역 참사를 “만연한 정부 부패와 부주의, 건설 안전 규정 무시 등의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15일(현지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모인 시민들의 집회가 저녁까지 이어졌다. 수만명이 휴대전화 불빛을 켜고 정부와 대통령의 부패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부치치 대통령은 집회에 대한 경고를 거듭하며 체포와 엄한 처벌 등을 예고했지만, 시민들을 막진 못했다. 호루라기 소리와 북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고, 일부 시위대는 ‘그(대통령)는 끝났다!’ 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고 에이피는 보도했다. 집회에 나온 시민 밀렌코 코바체비치는 “(이 집회가) 부치치 대통령의 권위를 흔들 것이며, 더이상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대생 야나 바시치는 “우리는 4개월 넘게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나라가 아닌, 제대로 일하는 나라를 원한다”고 했다.



시위의 주축이 된 학생들은 참사에 대한 투명한 진상 규명과 분명한 책임을 요구해 왔다. 기차역 재개장과 관련된 모든 문서를 공개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전직 주무부처 장관인 고란 베시치 전 건설부 장관 등 16명을 기소했지만, 아직 재판에 회부된 상태는 아니다.



가디언은 또 친정부 성향의 시민 수백여명이 의회 반대편에 있는 공원에 모여, 경찰은 집회 참여자들이 모인 슬라비자 광장과 의회 건물을 에워싸고 대통령 지지자들과 집회 참여자들을 분리했다고 전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서방의 정보기관이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학생들이 주도하는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겨레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