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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10명 중 4명, 어쩌나” 소주 한잔도 안하는데…‘지방간’ 잡을 신약개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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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화학연구원 김현우·배명애 박사팀

- 인공장기 및 비파괴 경도 분석기술 개발

신대섭 연구원과 김현우 책임연구원이 지방간 오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 세포)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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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당뇨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대사질환이다. 하지만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대한당뇨병학회 지방간연구회가 발표한 ‘지방간과 당뇨병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10명 중 4명이 지방간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생활습관과 식습관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지방간 치료 신약의 약효 평가에 활용 가능한 질환 모델 인공장기 및 비파괴 경도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화학연구원 김현우, 배명애 박사팀은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며 조직의 특정 부위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나노 탐침 기반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과도한 식사나 운동 부족 등으로 인하여 간 세포에 지방이 쌓여 물렁해지면서 시작된다. 나중에는 콜라겐 같은 섬유성 물질이 과다 생성되어 단단해지는 간경화를 거쳐 간암 등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비알콜성 간질환 치료 신약 개발 시, 초기 단계인 지방간 상태에서부터 치료 약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간 질환 신약 개발은 질환을 모사한 인공장기에 후보약물을 투입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측정 분석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기존 검사 방법은 질환 모델 인공장기의 전체 부위를 파괴될 때까지 누르면서 간 조직의 딱딱한 정도(경도)를 측정했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 상태에서 계속적인 측정이 불가능하며 특정 위치의 경도 정보를 얻을 수도 없었다.

신대섭 연구원이 지방간 오가노이드(미니 인공장기 세포)가 담긴 접시를 배양 장비에 넣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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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지방간 질환 상태로 만든 간 오가노이드(인공 장기)가 살아있는 상태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나노 단위의 미세한 압력으로 좁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누르고 측정값을 분석하는 계산식을 개발해, 인공장기를 파괴하지 않고 위치별 경도를 정량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먼저 지방이 쌓인 곳에서 강한 빛이 나오도록 인공장기에 형광염료를 염색해 위치를 먼저 찾았다. 그리고 해당 부위에 ‘매우 작은 막대기(나노 탐침)로 미세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노 탐침이 인공장기를 누를 때 휘어지는 정도는 탐침 표면의 레이저 반사를 통해서 정밀 측정했다. 측정 결과를 연구팀이 개발한 수학적 계산식으로 분석하면, 지방 축적에 따른 경도 변화를 영률(Young’s modulus)이라는 정량적 수치로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기존 방식은 인공장기를 고정시키느라 약품 처리해 죽였던 반면, 이번 나노 탐침 기술은 인공장기가 계속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배양액 내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5마이크로미터 내외의 얕은 깊이만 누름으로써 간 조직에 손상을 전혀 주지 않는다.

새로 개발한 ‘나노 탐침 경도 측정 기술’을 비알콜성 지방간 모델 오가노이드에 적용한 결과, 형광 빛이 강한 지방 축적 부위의 경도는 형광 빛이 약한 부위에 비해 영률 기준으로 약 35% 물렁한 결과를 보였다. 즉 원하는 부위만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배명애 (왼쪽부터) 책임연구원, 신대섭 연구원, 김현우 책임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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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축적 형광 영상을 통해 측정 위치를 찾은 결과, 전체 측정 시간은 무작위 측정 방식에 비해 절반 이상 단축되었다. 또한 측정 후 간세포 생존율이 97% 이상 유지되는 등 손상이 최소화됨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향후 하나의 인공장기를 손상없이 계속 사용하며 간 질환 진행 상황을 단계별 연속 측정하는 약물 효능 평가 기술도 만들 계획이다.

연구진은 “지방간 신약 개발 시 질환 모델의 변화를 간편하게 분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생체재료 과학 및 공학’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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