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7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연봉 수억 아산병원장 포기하고 월급 300만원 택한 시골 의사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임경수 정읍시 고부보건지소장

"공중보건의 조건 개선돼야"

“열악한 환경에 놓인 환자들을 차마 두고 갈 수 없어서 이렇게 눌러앉게 됐네요.”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선구자로 꼽히는 임경수 전 정읍아산병원 원장은 최근 전북자치도 정읍시 고부보건지소장직을 맡았다.
아시아경제

임경수 전북자치도 정읍시 고부보건지소장. 정읍시


임 소장은 의료계에서 명망 높은 인물로, 대한응급의학회 창립멤버이자 한국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해 1989년 연세대 원주세브란스병원 최초로 응급의학과 교수에 임용된 그는 응급의학 교실을 만들어 심폐소생술 교육체계를 구축했다. 1994년 응급의료법 제정에 앞서 법 초안을 작성했으며 이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정읍아산병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의료취약지역 개선을 위해 선제적으로 시니어 의사로 채용된 사례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와 정읍의 인연은 2022년 1월 시작됐다. 33년간 근무했던 서울아산병원에서 퇴직하고, 정읍아산병원장으로 부임한 것이 그것이다.

처음 마주한 지방 농촌의 의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참담했다. “정읍의 면적이 서울시의 1.2배 정도 된다. 그런데 인구는 10만명 안팎이다. 의료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병원에 진료 한번 가려면 송파구에서 명동까지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꼴”이라며 “이런 상황이니 환자들이 약을 제때 복용하지 않고, 질병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중증 장애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전국 장애인 발생률이 5.1∼5.6%인데 정읍의 장애인 발생률은 10%에 달한다.

임 소장은 지난해 9월 정읍아산병원장직에서 내려와 두 달 후인 11월 고부면 보건지소장으로 부임했다. 서울에서의 편한 생활과 수억 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월급이 300만원도 되지 않는 지방 공중보건의의 길을 택한 것이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사실 모두가 말렸다. 공중보건의가 되고 보니 받고 있던 사학연금도 끊기고, 보건지소 옥탑에 있는 5평짜리 방에서 지내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그런데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을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고도 없는 정읍에서 이렇게 공중보건의가 됐다”고 말했다.

몸소 마주한 현실흔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막상 근무해보니까 지금 같은 상황이면 어떤 의사도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일단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 사학연금이 끊기는 사학연금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시니어 의사를 공중보건의로 채용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도 필요하다. 여기에 지자체에서는 공중보건의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시니어 의사들이 공중보건의로 지방행을 택하는 길을 열기 위해서는 공중보건 시스템이 좋은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 퇴직한 시니어 의사 중 5∼10%는 귀촌을 해서 봉사를 하고 싶어 한다. 다만 임금이나 거주환경 같은 현실적인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 부처가 관련 방안을 마련하도록 적극적으로 의견도 개진하고, 법 개정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