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美연방직원 10여명 익명 인터뷰
재택근무 금지시켰지만 근무환경은 갖춰지지 않아
노조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직원 그만두게 하려는 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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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공무원의 재택 근무를 일체 종료시켰지만, 정작 사무실 근무를 위한 환경은 갖춰지지 않으면서 미국 공무원이 ‘혼돈’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을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제 발로 그만두게 하려는 의도적 전략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전역 8개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 10여명을 인터뷰에 미국 연방정부 사무실의 천태만상을 전했다.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1.6km가량 떨어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본부 건물에서는 지난달 바닥에서는 바퀴벌레가, 수도꼭지에서는 벌레가 나왔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책상도 없어 바닥에서 일하고 있다.
메릴랜드주에 있는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경우, 직원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직원은 이를 피해 자동차 회의를 하고 있으며 개인 핫스팟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떤 직원들은 직장이 집에서 80km나 떨어진 탓에 출근길 정체를 피해 새벽 일찍 도착해 차량에서 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다른 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번 주 직원들에게 1만 8000여명 직원이 월요일 사무실로 복귀할 예정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책상이나 주차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미국시민권및이민국(USCIS) 직원들은 이같은 상황을 드라마 ‘헝거게임’에 비유했다. 헝거게임은 판엠이라는 독재국가가 국민들의 분노를 억제하기 위해 미성년자 24명을 경기장에 던져놓고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고 죽이게 하는 살인시합을 말한다. 한 공무원은 “여긴 거의 동물원”이라고 토로했다.
11만명의 연방공무원을 대표하는 미국 연방공무원노조의 스티브 렌카트 전무이사는 로이터에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는 것은 단순한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계략”이라며 “사람들은 그만두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팸 허드 미시간 대학교 사회정책학 교수는 “이것은 ‘닥치고 전진’(Move Fast and Break Things)식 접근방식”이라며 “다양한 선택이 가져올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의 증언과 달리 각 기관은 업무수행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사는 이같은 로이터의 보도에 부인했다. 셰릴 워너 나사 대변인은 “나사 본부가 1992년 지어진 이후 꾸준히 유지·보수돼 왔다”며 “전체 출근 복귀 명령 이후 시설 문제와 관련해 나사 헬프데스크에 접수된 요청은 5건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나사 직원이 차량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나사 본부 인력을 수용한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관리예산국(OMB)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정부 직원의 46%(약 110만 명)이 원격 근무 자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 약 22만 8000명만이 전면 재택근무(완전 원격 또는 부분 원격)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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