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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트럼프의 배신에 ‘자강’ 외치는 유럽, 미국 핵우산 대체 가능할까[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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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 런선의 랜카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관련 정상회담에서 유럽 각국 정상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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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압적 자국 우선주의 및 거래주의적 외교 정책으로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균열’이 가시화하고 있다. 유럽은 동맹인 ‘미국의 배신’에 안보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과제는 만만치 않다.

16일(현지시간) 미 CNN에 따르면, 미국이 전통적 적국이었던 러시아와 밀착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유럽은 자체 핵무장을 강화할 방안을 고심중이다.

그동안 유럽은 국가별 방위 예산을 증액하고 개별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했지만, 이는 유럽연합(EU) 단위에서의 방위능력을 키우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헤럴드경제

[연합]



트럼프 ‘안보 배신’에 EU ‘자강론’ 부상…영국·프랑스 핵우산 계획도
고육지책으로 프랑스 또는 영국의 핵우산 아래 유럽 국가들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나왔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핵무기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약 290기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으며 영국은 미국이 설계한 트라이던트 미사일(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225기를 보유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특별 정상회의에서 유럽 국가들을 프랑스의 핵우산 아래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뜻을 밝혔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차기 총리 후보는 이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이며 “유럽의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또 다른 핵보유국인 영국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프랑스의 제안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고 말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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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핵무기에 반대해온 스웨덴과 덴마크도 프랑스의 핵우산 동참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1950년대 후반 샤를 드골 장군이 프랑스 핵전력을 창설한 이후, 프랑스의 핵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끝까지 프랑스산”이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표현처럼 자주적 성격을 띠었다. 그러나 프랑스는 냉전 기간부터 오랫동안 유럽 동맹국들을 핵 보호망 아래 두려고 시도해왔다고 프랑스 전략연구소의 야닉 팽스 역사학자는 말했다.

반면, 영국은 핵 보호를 추가적으로 공유하거나 변경하겠다는 공식적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영국의 핵탄두는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령부에 배치돼 있어 이미 유럽 동맹국들에게 전략적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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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는 독자무장론은 한계” 지적도
여전히 미국의 지원 강화를 희망하는 국가들도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핵무기를 폴란드에 배치할 것을 요청했다.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2023년 벨라루스에 자국 핵미사일을 배치한 것을 언급하며 “지금이 그 시점일 뿐만 아니라, 이미 배치됐다면 더욱 안전했을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밝혔다.

안제이 두다(왼쪽) 폴란드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에 참여해 연설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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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 독일 총리 후보도 “유럽 내 논의는 미국의 핵우산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허용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와 같은 규모의 핵무기 보유량을 갖추지 못한 프랑스는 단지 “전략적 보복을 가할 수 있는 능력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강력한 타격을 가해 억지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팽스는 말했다.

나토의 퇴역 장군인 미셸 야코블레프 전 나토 유럽군 부사령관은 “프랑스의 핵무기 보유량이 미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서방의 최고 군 지휘관들조차 이를 가볍게 여겼다”고 CNN에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우크라이나 및 유럽 안보에 관한 두 번째 회담을 위해 도착해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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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핵 전력은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과 핵무기를 장착한 폭격기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러시아군이 프랑스 본토를 위협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냉전 당시 프랑스의 전략은 소련권 내 핵심 지역에 핵 타격을 가해 적군을 철수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미국의 핵무기는 엄청난 위력을 가질 뿐 아니라 그 규모와 다양성 면에서 다른 국가를 압도한다. 미국은 “단계적 대응”이라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체 핵무기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단일 공격만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팽스는 설명했다.

한편 미국 과학자 연맹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수집된 문서 및 관측 자료를 종합한 결과, 미국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영국에 주둔해 있는 핵무기를 자국 주요 공군기지로 재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 조치는 미국이 유럽의 긴장 고조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CNN은 전했다.

유럽의 핵전력은 규모 면에서 러시아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루카시 쿨레사에 따르면 유럽의 핵전력을 증강하는 것은 “수년, 아니 수십 년에 걸친 투자와 개발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동맹국과의 보다 긴밀한 핵 협력이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폭격기에 동맹국들의 공중급유를 지원하거나, 영국과 프랑스의 핵잠수함 작전을 보호하기 위한 대잠수함 역량 강화 등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영국 에일즈베리 인근 체커스에서 열린 양자 회담에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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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핵무장 유럽 동맹국들도 재래식 전력 강화를 위해 방위비를 늘리고 있으며, 이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쿨레사는 “핵무기는 만능 도구가 아니다”라며 러시아를 확실히 억제하기 위해선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유럽은 방위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 예산의 분산, 핵 억지력 문제, 초국가적 방위 협력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향후 EU의 공동 방위 체제 강화 여부가 유럽의 안보 역량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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