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8 (화)

빈국의 ‘비애’…미국이 손 떼자 마약·에이즈·독재 ‘창궐’ 우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의 해외 원조 중지 탓 중진국·개도국 ‘몸살’

트럼프가 추방한 ‘마약 카르텔’ 갱단원들 16일(현지시간) 교도관들이 미국에서 추방된 이들을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에 있는 테러구금센터로 이송하고 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인 ‘트렌 데 아라과’ 단원으로,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27년 전 만든 ‘적성국 국민법’ 권한을 발동해 이들 갱단원 200여명을 비행기에 태워 해외로 보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남미 ‘마약 퇴치’·아프리카 ‘에이즈 예방’ 사업 지원 중단
북한 인권 감시 NGO 활동 차단…83년 역사 ‘VOA’ 폐쇄 위기
수혜 국가들 범죄·보건 악화 예상…인도·중동 대안 찾기 분주

미국의 해외 원조 동결이 초래한 부정적 여파가 세계 각지에서 불거지고 있다. 범죄 단속과 예방, 보건 등 시민 안전에 도움을 받아온 중진국·개발도상국이 예산 삭감과 사업 중단의 충격을 떠안는 중이다. 미국식 민주주의 확산에 앞장서온 단체나 기구도 기능이 마비됐다. 자유주의 진영의 리더를 자임해온 미국이 타이틀을 자진반납하면서, 갑작스러운 공백을 맞게 된 국가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외 원조 동결 이후 중남미 지역의 마약 퇴치 프로그램이 돌연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수혜국의 조직범죄나 인신매매 및 마약거래 대응을 지원하는 국무부 산하 국제마약·법집행국(INL) 예산이 삭감된 영향이다.

콜롬비아 국방부는 WP에 국제 형사 수사 훈련 지원 프로그램(ICITAP)이 중단됐으며, 이외의 지원 사업도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약 단속을 위해 700만달러(약 101억원) 규모의 부두 건설 계획을 세워둔 에콰도르는 사업을 보류한 상태다. 멕시코에서는 INL 사업에 고용된 인력의 절반가량(약 60명)이 해고됐으며, 항구에서 이뤄지는 마약류 펜타닐 검사 프로그램은 축소됐다고 한다.

범죄 단속 기법과 치안 시스템 운영 방안을 전수받아온 일부 국가는 지원 공백을 해소하려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엘리자베스 디킨슨 국제위기그룹(ICG) 수석분석가는 “미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면 콜롬비아는 대안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했다. WP가 인터뷰한 전직 보안 관계자는 콜롬비아가 치안 관련 자원의 약 70%를 미국 및 그 동맹국에 의존했다면서 지원 중단으로 “인도, 튀르키예나 중동 국가들과 새로운 기술·보안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독재국가의 인권 탄압을 감시하거나 자유주의 체제 확산 활동을 벌여온 비정부기구(NGO)와 미디어도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83년 역사의 연방정부 산하 ‘미국의소리’(VOA)는 기자·PD 등 직원 1300여명이 무기한 휴직에 들어가는 등 폐쇄 위기에 놓였다. VOA가 공화당에 비판적이며 민주당에 우호적이라고 불만을 드러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지출 삭감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북한인권단체 등에 자금줄을 대온 민주주의진흥재단(NED)도 예산이 대거 삭감됐다. NED의 북한인권 관련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서 북한인권 관련 활동을 이어온 NGO들이 해고, 사업 중단, 폐쇄에 직면했다. 맥스 부트 WP 칼럼니스트는 “VOA 지원 중단은 독재자들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며 “트럼프가 만든 공백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채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외 원조 중단으로 ‘에이즈 구제를 위한 비상계획(PEPFAR)’이 멈춰선 아프리카는 보건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기관 종사자가 해고되고 병원 폐쇄가 이어졌다. 이 영향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향후 10년간 50만명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유엔난민기구(UNHCR) 분담금의 40%를 담당하던 미국이 손을 끊으면서, 아프리카의 극심한 난민 문제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론도 있다. 치홈보리 콰오 전 주미 아프리카연합 대사는 이날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가장한 해외 원조는 수혜국 정부의 무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양의 탈을 쓴 늑대”라며 “트럼프 행정부 결정이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자각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