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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응급실 뺑뺑이로 '구급차 출산'에... 국회서 조끼 벗은 소방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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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아닌 구급대원으로서 이 자리 섰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 여전...병원 찾아 전전"
"119 구급대·정부·의료기관 모두 협력해야"

김성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노조 조끼를 벗고 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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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지속되자, 결국 119 구급대원들이 환자 이송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쓰러진 임신부가 2시간 넘게 병원을 찾다가 실패한 끝에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상황까지 빚어지자,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이다.

김성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 의료 현장의 열악함을 호소하고 시급한 개선을 요구했다. 회견에 앞서 김 국장은 "지난해 응급실 뺑뺑이 이슈가 제기된 뒤 잘못된 인식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 조끼를 꼭 입고 (기자회견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지금은 (그러면 더) 국민들께서 왜곡(된 인식이)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입고 있던 노조 조끼를 벗었다. 그는 "저희는 시민분들이 신고하면 달려오는 119구급대원"이라며 "그래서 이 (노조) 조끼를 벗고 구급대원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겠다"라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현재진행형"


우선 김 국장은 지난 16일 외국인 30대 임신부의 '구급차 내 출산'을 언급했다. 당시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임신부로 보이는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인하대병원을 비롯한 인천‧경기 일대 병원 12곳에 문의했으나 모두 허탕이었다. "산과 진료가 어렵다"거나 "임신 주수가 확인돼야 진료할 수 있다"는 답변뿐이었다. 결국 해당 임신부는 2시간가량 대기하다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고, 인하대병원은 그 이후에야 응급 상황임을 인정하고 산모와 신생아를 수용했다.

이 사건에서 보듯,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김 국장 주장이다. 그는 "올해 2월 보도된 대구에서 이마 열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사망한 사건, 3월 회식 후 귀가하던 남성이 낙상으로 머리를 다쳤는데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귀가 조치됐다가 끝내 사망한 사건 등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실상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응급 환자 치료 지원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원에게까지 전가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구급대원들의 심적 고통도 토로했다. 김 국장은 "구급대원들은 많이 지쳐 있다.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이제는 몸도 마음에도 상처만 쌓여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구급대원들이 환자 상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응급 의료 시스템에서는 환자 상태를 '과대평가'해야 하는 만큼,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부, 응급 의료체계 전면적 개편·개선해야"

김성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 방향 대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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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는 응급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119 구급대와 정부, 의료기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에 △병원 응급 의료 능력 평가 강화 및 평가 시 119 구급대의 환자 수용·이송률을 반영한 항목 도입 △통합된 정확한 병원 정보 제공 △환자 수용 불가 시 병원의 명확한 사유 표시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119 구급 상황 센터에서 병원을 선정했을 땐 강제력을 지닐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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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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