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승인 없는 매각 결정으로 트럼프와의 협상 카드 없어져
매각 대상 중국 밖이어서 거래 중단 쉽지 않아
홍콩 행정장관 “홍콩의 법과 규정에 따라야”
[파나마시티=AP/뉴시스] 13일 파나마 운하에 미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정박해 있다. 2025.0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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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으로 홍콩 기업이 파나마 운하 양측의 항구 운영권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격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화를 낸 것은 해당 회사가 매각 결정을 하기 전 중국 당국에 사전 승인을 구하지 않은 것이 주요 이유다.
중국 정부의 의사 결정권을 잘 아는 사람들에 따르면 시진핑 지도부는 파나마 항구 문제를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하려고 했으나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의회 연설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 홍콩에 본사를 둔 대기업 CK 허치슨 홀딩스는 파나마 항구 운영 사업 지분을 미국계 자산운용 블랙록·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파트너스(GIP)·TiL 그룹 컨소시엄(블랙록-TiL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파나마 운하가 미중 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홍콩 기업이 사실상 압력에 굴복해 매각 의사를 밝힌 것은 시 주석으로서는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것이어서 불만을 나타냈을 것이라고 WSJ은 풀이했다.
베이징에서는 상무부와 시장규제관리국 등 정부 부처가 매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매각 규모가 228억 달러에 이르는 거래는 다음달 2일까지 확정 문서에 서명하고 그 후 다수의 규제 기관이 동의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시 주석은 사전 통보도 없이 일을 저지른 홍콩 회사에 분노를 표시해야 하지만 거래를 무산시키려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연 가운데 중국은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도 신중하게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곧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만날 것”이라고 운을 띄워 놓아 트럼프와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CK 허치슨의 매각 발표가 나온 뒤 중국 공산당 대외협력기관인 중앙대외연락부 마후이(馬輝) 부부장 등 대표단이 14일부터 이틀간 파나마를 방문해 주요 정당 지도자들과 싱크탱크들과 회담을 가졌다.
중국측에서는 18일에도 잇따라 불만이 표출됐다.
대공보는 항구가 매각돼 파나마 운하 운영이 정치화되면 추가 요금 및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홍콩 기업이 이에 눈을 감는다면 전략적 시점에서 경쟁자에게 칼을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국제 경제 및 무역 관계에서 강압 또는 괴롭힘 전술의 남용에 반대한다”며 항구 매각은 홍콩의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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