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선고 지연’ 3대 이유
지난 8일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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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공지하지 않으면서, 선고가 다음 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재는 보통 선고 2~3일 전 선고 날짜와 시간을 알리는데, 이날도 일정을 잡지 않아 당초 예상됐던 20·21일 선고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후반 선고일을 정해 다음 주 초 선고하더라도 100일이 넘어 노무현(63일)·박근혜(91일) 전 대통령 때보다 늦은 결정이 된다.
선고가 늦어지자 법조계에선 “재판관들 사이 이견이 있다” “입장을 정하지 못한 재판관들이 있다” “절차적 흠결 등을 해소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등 여러 해석이 나온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길의 모습.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그 앞을 ‘순국결사대’라고 쓴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순국결사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단체 중 하나다. /박성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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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
①”재판관들 사이에 이견 있는 게 분명”
헌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을 종결하고 22일째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평의는 하루 한 번일 때도 있지만, 수시로 열린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관들은 최근까지 헌재 내 연구관들이 참여하는 탄핵 심판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작성된 보고서를 돌려보며 쟁점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인용과 기각 등 여러 버전의 결정문 초안도 만들어간다. 그러나 19일에도 선고일을 알리지 않은 것은 재판관들이 의견을 밝히는 평결이 끝나지 않았거나, 결정문 완성이 안 됐다는 뜻이다.
현직 헌법연구관은 “평의가 길어지는 건 선고 시점이나 결과에 대한 재판관들 간 의견 조율이 안 됐다고 봐야 한다”며 “처음에는 탄핵 찬성 여론이 지배적이고 진보 성향인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선임(先任)이어서 인용 쪽이 우세했겠지만, 검찰 조서의 증거 채택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법리와 증거 능력을 엄격히 따지는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이견을 드러냈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 심판 첫 변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법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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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 관여한 전직 재판관은 “재판관 8명 중 일부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 모두가 확고하게 결단한 뒤 선고일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탄핵 기각 혹은 각하를 주장하며 ‘반대 의견’을 내겠다는 재판관이 있어서 결정문 작성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②‘내란죄’ 겹치는 尹·韓 동시 선고
헌재는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심판 사건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한 총리의 핵심 탄핵소추 이유가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에 공모·동조했다는 것이어서,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헌재 안팎에선 “논란을 피하기 위해 두 사건을 동시에 선고할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평의가 길어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각 가능성이 높은 한 총리 사건부터 선고할 경우, 윤 대통령을 파면하기 부담스러워 한꺼번에 선고하자는 의견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하차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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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법조인은 “두 사건은 내란죄 쟁점이 얽혀 있어 인용과 기각 중 각각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논리를 맞춰야 한다”며 “결정문을 동시에 쓰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한 총리 사건부터 선고하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한 총리 사건은 지난달 19일 먼저 종결된 데다, 야당에 의한 정치적 목적의 탄핵소추가 명백해 파면을 정당화할 사유도 없다”며 “국정 안정을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 사건보다 먼저 선고해 직무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③‘구속 취소’ 등 절차적 흠결 보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절차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탄핵 찬성과 반대 여론도 팽팽해졌다. 이 때문에 재판관들이 결론을 내고 결정문을 쓰는 데 더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탄핵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철회가 가능한지,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은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 등은 재판 내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 측은 “절차적 흠결이 있으니 기각·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을 지적하며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것도 선고 지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견해도 있다. 한 헌법학자는 “구속 취소 결정으로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재판관들도 절차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없는지 최대한 쟁점을 신중하게 재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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