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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6세대 HBM도 1등 지킨다...SK하이닉스, 최태원이 자랑한 그 제품 먼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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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세계 최초 HBM4 샘플 제공 발표
2026년 엔비디아 AI칩에 연결 예상

19일 공개된 SK하이닉스의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12단 샘플.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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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개발용 가속 컴퓨팅의 핵심 역할을 하는 초고성능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6세대 HBM(HBM4) 샘플 제품을 19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2022년 업계에서 처음 HBM 대량 생산에 성공한 이 회사가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에서도 또다시 앞서가며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을 기세다.

SK하이닉스는 이날 "HBM 시장을 이끌어 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빨리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면서 "양산 준비 또한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HBM4는 AI 반도체 분야의 선두 주자 엔비디아가 2026년 내놓을 AI 칩 '루빈'에 연결될 전망인데 SK하이닉스는 이보다 앞서 올해 하반기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

새 제품은 HBM 패키지 1개가 초당 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 폭을 보여줘 5세대 HBM(HBM3E) 대비 60% 이상 빨라졌다. 용량 또한 36기가바이트(GB)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 HBM의 상징으로 꼽히는 '어드밴스드 MR-MUF1' 공정을 활용해 칩의 휨 현상을 제어하고 방열 성능도 높여 제품의 안정성 또한 보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방위 AI 메모리 공급자' 노린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M16' 공장.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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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HBM4 샘플을 꺼내놓으면서 이미 공급 중인 5세대(HBM3E)에 이어 6세대 개발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 역시 올해 하반기에 6세대 제품을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SK하이닉스가 고객사들에 샘플을 보내 검증에 들어갔다는 것은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3월 HBM3E 8단 제품을, 9월에는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생산하며 'AI 열풍'을 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단짝으로 자리 잡았다. D램 시장의 경쟁사 마이크론이 같은 날 HBM3E 12단 36GB 제품을 엔비디아용으로 제작했다고 밝혔고 삼성전자도 올해 내로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추격도 거세다.

특히 2026년 이후 HBM4 양산을 염두에 뒀던 이 회사는 엔비디아의 요청으로 이를 6개월 정도 앞당겼으며 심지어 엔비디아의 기대보다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월 미국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한 후 "최근 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엔비디아와)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17일 열린 엔비디아 주최 글로벌 AI 콘퍼런스 'GTC 2025'에서 HBM4 샘플 외에 '소캠(SOCAMM)' 모듈 제품도 공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새로 제시하는 소형 AI 서버·기기용 메모리 표준에 맞춰 만든 제품인데 HBM뿐 아니라 AI 메모리 시장 전체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사장은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꾸준히 기술 한계를 극복하며 AI 생태계 혁신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차별화된 AI 메모리 경쟁력을 통해 전방위 AI 메모리 공급자로서 미래를 앞당길 것"이라 강조했다.
1 MR-MUF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한 후 굳히는 공정. HBM의 안정성을 높이고 양산도 용이하게 한다는 강점이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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