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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우크라·가자·예멘…트럼프 '피스메이커' 자처했지만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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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마이동풍' 우크라전, 부분휴전 합의에도 난타전 지속

이스라엘 가자참극 되풀이…예멘은 직접 공격해 긴장고조

"일관성 없고 과장된 정책" vs "해결의 과정으로 지켜볼 필요"

연합뉴스

피스메이커를 자처하지만 분쟁을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쟁 조정자를 자처하며 백악관에 재입성했으나, 집권 두 달 만에 세계 곳곳의 전쟁이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은 휴전 언저리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친이스라엘 정권의 출범에 대담해져 가자지구에서 다시 살육전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미국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직접 타격해 역내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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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도론 공습
(키이우 로이터=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드론이 격추되는 모습. 2025.03.19


◇ '무늬만 휴전'…속절없는 공방 지속되는 우크라전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일부 표적에 공격을 자제하는 부분적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중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조급한 태도로 대규모 공습을 교환하고 있다.

부분적 휴전의 대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서로 다른 말을 하면서 합의 실효성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대상이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휴전이라며 전력망, 도로, 교량, 댐 등 우크라이나 내 모든 기간시설을 지칭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대상이 전력망과 석유시설 등에 국한되는 '에너지 인프라'라며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면 휴전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와 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중단 등과 같은 타협이 어려운 조건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전 완승에 욕심이 있다며 유리한 전황을 포기하고 휴전할 동기가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친러시아 성향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휴전이나 종전을 압박할지 의문이다.

그렇게 하려고 하더라도 3년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서방의 제재에 적응해 전시 경제체제를 안착한 러시아에 실질적 압박 수단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로서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의 완전 탈환, 우크라이나 동부의 점령지 보전과 확대에 계속 진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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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이스라엘에 친화적인 미국 정권의 출범에 대담해진 베냐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정권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가자지구 또다시 참변…중동내 긴장 다시 위험수위로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도 다시 고삐가 풀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때 끌려간 인질 일부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돼 속속 풀려나며 최근까지 교전은 중단됐다.

그러나 미국의 중재 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와 종전 준비를 위한 다음 단계의 협상으로 넘어가는 데 실패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18일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해 무려 400여명을 살해하고 19일에는 지상군까지 다시 투입해 공세를 강화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 자체가 평화는커녕 양측의 휴전을 끌어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친이스라엘 성향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초토화한 가자지구를 재건해 휴양지를 만든다며 주민들의 외국 강제이주 계획까지 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 내 민족주의자들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약속의 땅'에 포함된 가자지구를 향한 욕심을 부풀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하마스의 군사, 통치 역량을 완전히 분쇄해 새로운 안보질서를 구축한다는 네타냐후 정권의 전쟁 명분도 다시 선명해지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인도주의 위기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덜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쟁이 더 처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동의 다른 한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를 지지하며 홍해 무역로를 위협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직접 군사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미군 함정과 상선들에 대한 공격 자제를 선언하라며 이달 15일부터 예멘 내 후티의 거점에 대한 무기한 폭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분쟁 격화를 우려해 자제하던 후티 수뇌부 참수 작전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공세는 미국인과 자국 자산 보호를 넘어 후티의 우군인 이란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경고로서 역내 긴장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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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노벨상 욕심에 성급한 집착" vs "평화로 향하는 협상 기술일 뿐"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다시 격화하는 분쟁을 두고는 참패하고 있다는 비판과 중재 과정의 일부이니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옹호가 혼재한다.

싱크탱크 국제위기연구소(ICG)의 브라이언 피누케인 연구원은 과장되고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잇따른 패착의 원인으로 주장했다.

피누케인 연구원은 AFP 통신 인터뷰에서 "1월에 가자지구 휴전이 자기 공로라고 만족스러워하더니 2단계 휴전을 두곤 이스라엘을 압박할 의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마스 직접 접촉,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이주안 등 널뛰는 파격 정책을 거론하며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욕심에 눈이 멀어 평화의 형식을 띠는 결과물 자체에 성급하게 집착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러나 옹호론자들은 분쟁의 격화가 평화를 향해 가는 과정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평화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변론한다.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DP)의 재니퍼 커버노는 우크라이나 휴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밀착한다는 외부 비판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양보한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커버노는 실패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부분적 휴전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협상 스타일을 크게 우려하는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신뢰를 쌓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국면을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업자 출신 정치가로서 구사하는 비정통적인 협상 방식을 주목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 지렛대 만들기 ▲ 긴장이나 위협 극대화하기 ▲ 재앙 직전까지 상황 몰아가기 등을 합의를 쟁취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기술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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