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힘든 이들 범죄 늘어
피고인 40%가 국선 변호 받아
'국선변호 지원'은 곧 '복지'다
쉰 살 북한이탈주민 박룡해씨(가명)는 지난해 마사지숍에서 돈을 훔쳤다. 주인이 막으려 달려들자 머리를 내리쳤다. 박씨는 구속 재판을 받게 됐다. 북(北)에서 한국에 온 지 1년도 안 됐지만 변호사를 써야 하는 상황인 걸 박씨도 알았다. 그러나 수중에 가진 돈이 160만원뿐이었다.
법원은 박씨에게 국선 변호인을 붙였다. 변호인은 구치소에 있는 박씨를 대신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다. "가해자가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전 재산이 160만원이지만 이 돈이라도 치료비에 보태고 싶어합니다." 변호인은 박씨가 처벌을 모면하려 거짓 반성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있다고 피해자에게 거듭 말했다.
사흘쯤 지났을까. 피해자가 "60만원만 받겠다"고 했다. 이에 덧붙여 "100만원은 박씨가 출소 후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데 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씨와 변호인이 가장 듣고 싶었던, "용서한다"는 말과 함께였다고 한다. '합의서'가 법원에 제출됐지만 박씨는 실정법의 '용서'를 받지는 못했다. 3년6개월 실형. 그렇지만 박씨는 변호사에게 피해자의 말을 전해 듣고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가장 값진 용서를 받은 것이다.
국선 변호사들을 취재하면서 들은 이야기다. 비슷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어느 국선 변호사는 피고인이 벌금을 못 내 구치소살이를 더 하는 사이, 세 들어 있던 집주인이 '명도 소송'을 낸 사실을 알고 피고인을 위해 정부에 긴급주거지원 요청을 대신해 줬다. 소주병을 훔쳐서 기소된 피고인 대신 '기본 소득'을 받아 준 변호인, 무죄는 받았지만 살 곳이 없던 피고인이 노숙자가 될까 발달장애센터 지원이 되는지 백방으로 수소문해 준 변호인도 있었다. 한 국선 변호인은 "내가 사회복지사인지 변호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며 웃었다.
국선 변호인들을 무작정 미화(美化)하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국가나 사회가 나서서 이들이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이는 결국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우리 곁의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돕는 일, 복지라고 믿기 때문이다. '바늘 도둑'이 충분한 변호인 조력을 받는다면 '소도둑' 될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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