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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별점 테러·좌표 찍기에 헌재 인근 상인들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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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 탄핵 찬반 성향 추정해 목록 공유하고 별점 테러

목록 오른 상인들 "이유를 모르겠다" "매출 타격" 피해 호소

[서울=뉴시스] 20일 '탄핵 찬성 식당' 리스트에 오른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의 한 식당의 카카오맵 리뷰에 별점 한 개와 리뷰가 남겨져 있다.(사진=카카오맵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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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강류나 인턴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최근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탄핵 찬성 식당' 리스트에 오른 곳이다.

해당 식당에서 근무하고 있는 진모(33)씨는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특정 커뮤니티에서 좌표가 아예 찍혔더라"라며 "최근 관광객은 확실히 줄었고, 경찰이 많이 와서 매출이 엄청 줄지는 않았는데 (별점 테러) 타격이 없지는 않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진씨는 "더 심해지면 업무방해죄 고소나 리뷰를 일시적으로 닫아 놓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별점 5점을 주든 1점을 주든 양측이 싸우는 게 저희 가게 리뷰로 보이는 것이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상 '좌표 찍기'로 헌법재판소 인근 상인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탄핵 찬반 양쪽 진영 일부 극성 지지자들이 헌재 인근 식당 주인의 정치 성향을 추정해 목록을 공유하고 별점 테러를 벌이고 있어서다.

해당 목록에 오른 식당 주인들은 "마음이 다쳤다", "좌파나 우파 모두에게 욕을 먹는다"라며 기자의 질문에 답을 꺼렸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탄핵에 동조하는 식당 앞 음식점을 가지 맙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헌재 인근 식당 위치를 표기한 지도가 공유되고,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글이 다수 공유됐다.

이 지도에 표시된 식당 옆에는 '탄찬 시위 참석', '애국자들에게 욕설' 등 메모가 함께 써있다.

이들은 해당 식당의 카카오맵 리뷰에 별점 한개와 함께 "북한 햄버거", "탄핵을 찬성하시는 맛이라 감명 깊어서 11점 드립니다" 등 음식이나 식당과 무관한 내용의 악성 댓글을 남겼다. 목록에 오른 식당 중 한 곳은 카카오맵 리뷰에서 이달에만 별점 한 개 리뷰가 20개 올라왔다.

별점 한 개를 남긴 이들은 해당 목록에 오른 또 다른 식당에도 별점 한 개만 주거나 별점 한 개와 함께 "탄핵 찬성하는데 일식", "인민 아이스크림" 등 비방 목적의 리뷰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목록에 오른 식당 중 일부는 카카오맵에서 리뷰창을 닫아놨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들이 인도를 통제하고 있다. 2025.03.20.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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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탄핵 찬성 측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확실한 우파' 식당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해당 목록에는 "계산할 때 '애국 화이팅하세요'이라고 했다", "태극기 들고 응원해줬다" 등 목록에 오른 이유가 기재됐다. 이들 식당 역시 별점 한 개 리뷰가 다수 남겨져 있었다.

'확실한 우파' 식당 목록에 오른 식당 주인 남모(50)씨는 "그런 목록에 오른 지도 몰랐다"라며 "왜 올라갔는지 모르겠다. 리뷰를 없앨 수는 없나. 겨울에는 동네 주민이 많이 오는 시기인데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강모(72)씨는 "식당에 우파좌파가 어디 있냐. 너무 편가르기"라며 "잘해주면 우파나 좌파라고 자기들 마음대로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당 뿐만 아니라 특정 기업이나 연예인을 불매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한 보수 성향 커뮤니티는 ‘종북-좌파기업’ 목록을 공유하면서 불매 운동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목록들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애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별점 테러나 불매운동이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진규 파운더스 변호사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려면 허위사실이 있어야 한다"라며 "해당 식당에 가지 않았는데도 간 것 처럼 쓰거나, 리뷰 운영 목적과 상관없이 정치 성향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고 별점을 낮췄다면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탄핵 국면 장기화로 정치적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도를 넘은 혐오와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론을 내린 판·검사의 가족들까지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공격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공개하는 '좌표 찍기' 행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이러한 타깃이 정치인을 넘어 시민,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탄핵 찬성 의견을 적은 SNS 계정 1000여개를 목록화한 게시글이 올라오고, 이들 SNS 계정에 무차별적인 욕설이나 조롱 댓글을 달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교 교수는 "불매운동 과정에서 선의의 사람이 피해를 입거나 혐오적 발언과 욕설 등으로 개인의 존엄성을 침해하면 안 된다"라며 "탄핵 선고를 앞두고 감정이 격양되고 있고, 온라인이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자 공간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행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중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제가 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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