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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韓 친위 쿠데타처럼, 트럼프에 방심하면 안 돼”...모이제스 나임의 민주주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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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종말’ 저자 모이제스 나임,
포린폴리시에 韓친위쿠데타 거론
한국사례 MRI로 스캐닝한 듯 분석

“견해 다른 그룹의 ‘위협’ 싫어
친위쿠데타 저지른 리더임에도
‘더 나은 선’으로 지지하게 돼”


<사진출처=모이제스나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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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선거일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임기 동안에도 일어난다. 바로 이 시기에 양극화와 포퓰리즘, 탈진실에 눈이 먼 시민들이 민주주의 침식에 찬사를 보내는 가운데 친위 쿠데타 시도가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마치 비상 계엄을 경험한 한국을 향해 얘기 같은데 다름 아닌 미국을 향한 경고다.

그런데 거울을 쳐다보는 것처럼 한국 사회를 속살까지 투영하고 있다.

‘권력의 종말’, ‘불량 경제학’의 저자이자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고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석좌로 활동하고 있는 모이제스 나임이 18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트럼프는 친위 쿠데타를 실행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같은 친위 쿠데타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대의 독재자들은 공개적으로 민주주의를 죽이겠다고 선언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며 시민들의 눈을 멀게 해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는 취지인데 공교롭게도 미국 사회를 향한 경고의 글 앞머리에 등장하는 첫 사례가 한국이다.

“쿠데타는 폭력적이거나 반헌법적으로 권력을 불법 장악하는 것을 말한다. 전형적인 쿠데타는 탱크가 거리를 활보하거나 비행기가 대통령궁을 폭격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정치적 지진이다. 반면에 친위 쿠데타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제도적 질서를 해체하고 권력을 영속화하는 변형된 형태다. 가장 최근의 셀프 쿠데타는 한국에서 발생했지만 실패했다.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통제권을 자신의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는 군과 입법부, 사법부, 그리고 사회 전반의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

그는 특히 친위 쿠데타가 최근 들어 국제사회에 빈번해지고 있음을 염려했다.

정치학자인 존 친 카네기멜론대 조교수와 조 라이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등이 구축한 자료(콜퍼스 데이터셋)에 따르면 지난 1945년 이후 시도된 총 46건의 친위 쿠데타 중 3분의 1일 최근 10년 사이 집중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1945년 이후 전통적인 쿠데타는 절반이 성공한 반면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주도한 친위 쿠데타는 5건 중 4건 이상이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는 46건의 친위 쿠데타 중 상당수가 최근에 집중되는 요인으로 포퓰리즘(Populism)과 양극화((Polarization), 탈진실(post-truth)을 지목했다. 이 세 가지를 그는 현대 정치의 3대 거악(three great evils)이라고 규정했다.

포퓰리즘은 사회를 ‘진정한 국민’과 이들을 착취하는 ‘부패한 계급’으로 나누고,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 기관에 대한 극단적인 행동을 정당화한다. 양극화는 정치적 적대자들을 화해할 수 없는 적으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협력의 능력을 약화시킨다. 탈진실은 통치자가 반민주적 행동을 정당화하고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대안적 내러티브를 만들도록 한다.

그의 설명은 마치 MRI로 한국 사회를 스캐닝한 듯이 우리에게도 흡인력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모이제스 나임 석좌의 경고 중 특히 가슴이 서늘해지는 대목은 이 3대 거악의 독성적 조합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시민들마저 무력화한다는 지적이다.

한 그룹의 리더가 기관을 공격할 때 그 그룹의 사람들은 이를 필요한 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그룹으로부터의 ‘위협’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의 추종자들은 민주적 제도를 훼손하는 리더의 조치에 박수를 보내며 그것이 더 나은 선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잘 교육받고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조차 상대로부터 오는 위협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친위 쿠데타를 지지하게 된다.

그는 “헌법과 법률, 판례는 다양한 기관이 절대 권력을 축적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며 작금의 미국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는 선거일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임기 동안에도 일어난다. 바로 이 시기에 양극화와 포퓰리즘, 탈진실에 눈이 먼 시민들이 민주주의 침식에 찬사를 보내는 가운데 친위 쿠데타 시도가 구체화하기 시작한다.”

한국은 이미 혹독한 비용을 치르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 위험한 경계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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