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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공개? 트럼프가 연 'JFK 암살' 문서, CIA의 암살·도청 기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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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완전 공개" 시킨 케네디 문건 6만3400장…
음모론 증거 없고 CIA의 국내외 암살·도청 기록 담겨,
NYT "생존 CIA 요원·정보원 이름 적국에 유출" 우려

1960년 쿠바 총리였던 피델 카스트로(오른쪽)와 혁명 동지 체 게바라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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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기록원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밤 총 6만3400장의 문서를 담은 2182개 PDF 파일을 공개했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JFK)가 암살당한 1963년 11월 22일, 그날을 둘러싼 흑막을 밝혀야 한다는 그의 조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현 미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의 요청, 이를 받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공개된 문서를 검토한 전문가들은 '기대했던 흑막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JFK 살해가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는 '워런 위원회'의 판단을 뒤집거나, "미 CIA(중앙정보국)가 암살과 연루됐다"는 조카의 음모론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그 시기 미국이 쿠바 지도자를 암살하려던 모의, 적대국은 물론 동맹국을 상대로도 스파이 활동을 벌인 정황이 가득했다.

19일 문건을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CIA는 케네디 암살 사건 후 10년 가까이 쿠바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조사했다. 오스왈드가 사건 발생 전 쿠바에 수개월 머물렀고 공개적으로 '친(親)쿠바' 성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CIA는 JFK 암살에 "쿠바가 연루됐을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새로 공개된 문서에서는 카스트로 정권을 노린 미국 측의 수년간 공작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CIA는 쿠바 경제의 핵심인 사탕수수 산업을 망가뜨리려 했고, 피델이 연설하던 곳의 하수처리 시설에서 폭탄을 터뜨려 그를 암살하려 했다. 이런 시도에 "피델이 분노했다"는 CIA의 메모가 나왔다.

또 쿠바의 공산혁명 후 미국에 망명한 쿠바인들이 미국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카스트로 정권의 지도자들을 암살하려 한 계획에 CIA가 동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계획 실행을 위해 책정된 금액은 쿠바 정권의 서열 1위 피델의 경우 10만달러다. 또 피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 쿠바 혁명의 상징 체 게바라는 각각 2만달러였다.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가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오픈카를 타고 퍼레이드를 하던 중 리 하비 오즈월드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은 전 세계인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사진은 피격 당하기 1분 전 케네디 대통령과 영부인 재클린, 존 코널리 텍사스 주지사 부부(앞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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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쿠바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중시한 멕시코 아돌포 로페스 마테오스 대통령의 비화도 눈에 띈다. 당시 그는 표면적으로는 쿠바에 대한 워싱턴의 개입을 반대했다. 그러나 마테오스 대통령은 CIA 멕시코시티 지부장 윈스턴 스콧에게 "(미국이) 카스트로를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메모가 나왔다.

이 밖에도 광범위한 대상의 스파이 및 도·감청 행위가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개된 문건을 통해 "미국이 1960년대 초 여러 국가의 기밀 통신을 가로채고 있었음이 확인됐다"며 그리스·핀란드·브라질·키프로스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했고 인도네시아와 이집트의 통신도 가로채 읽었다고 보도했다.

CIA의 도·감청은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국내 인사도 피하지 못했다. 공개된 문건에서 CIA는 1963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 숲속의 한 주택에 도청 장비를 설치했는데, 이곳에서는 쿠바 망명자들이 미국 관리들과 회동할 예정이었다. 관리들 중에는 JFK의 동생이자 현 보건부 장관의 아버지인 "로버트 F. 케네디 당시 법무장관이 포함됐다"고 CIA는 보고했다.

NYT는 아직 문서가 검토 중이므로 앞으로 중요한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지만 "역사학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또 지금까지 정부가 문서 공개를 막아왔던 이유에 대해서는 "진짜 우려할 점은 이 자료들이 동맹과 적, 모두에게 살아 있는 CIA 요원과 정보원의 이름, 정보 수집 및 비밀 작전, 심지어 CIA 예산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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