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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비타민D, 암 환자에 독이 될 수도? 담도암 여성 환자 생존율 감소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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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타민D가 암 예방과 치료에 있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고용량 비타민D 주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암종에 따라서는 비타민D 수치가 높으면 오히려 생존율이 감소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담도암 환자 중 여성 환자에게서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비타민D를 무분별하게 섭취하기보다 환자 특성을 자세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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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도암과 비타민D, 반드시 도움이 될까?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연구팀은 진행성 담도암 환자 173명을 대상으로 혈중 25-하이드록시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 환자군에서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위험도가 1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비타민D 수치가 높아질수록 사망위험도가 가파르게 우상향하는 경향이 뚜렷해, 여성 담도암 환자의 경우 비타민D 주사나 영양제 선택 시 세심한 고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남성 환자군에서는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생존율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성별과 관계없이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 환자군에서는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위험도가 51%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즉 체중이 적게 나가 체내 영양 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자에게는 비타민D의 암 진행 억제 효과가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비타민D가 ‘무조건’ 암 진행을 늦추고 생존율을 높인다는 통념에 균열을 일으키는 동시에, 암종과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비타민D 전략을 수립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쓸개로 이동하는 통로에 발생하는 희소 암으로, 대장암이나 유방암에 비해 생물학적 특성이나 진행 양상이 상이하다. 과거 연구에서는 대부분 대장암·유방암 등 발병률이 높고 연구 접근이 쉬운 암종에서 비타민D의 예방 및 치료 효과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담도암은 소수 환자에게 나타나는 희소 질환이다 보니, 비타민D가 이러한 담도암 세포의 성장·전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이번 유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담도암 환자 중에서도 여성은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고, 저체중 환자는 오히려 높은 비타민D 수치가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는 곧 비타민D의 효과가 단순히 ‘좋다’ 혹은 ‘나쁘다’로 양분될 문제가 아니며, 각 환자의 성별과 BMI 등의 변수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왜 여성 담도암 환자에게서 비타민D가 부정적 효과를 유발하는 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과 비타민D 간의 상호작용이 담도암 세포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담도암 세포 내 비타민D 대사 관련 유전자가 다른 암종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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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타민D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염증 반응이나 세포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적정 범위에서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 수치를 훌쩍 넘어서면 오히려 암세포 주위 미세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적정 범위와 투여 시점을 명확히 파악하지 않고 고용량 비타민D를 섭취하거나 주사로 투여하면, 역설적으로 암 진행을 악화시킬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함의다.

암 환자의 비타민D 섭취,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행성 담도암 환자의 혈중 비타민D 수치가 성별·BMI 등 환자의 신체 특성에 따라 생존율에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제시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담도암에서 비타민D가 어떤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암세포에 관여하는지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비타민 주사를 맹신하는 암환자들이 적지 않은데, 무작정 고용량 비타민D를 맞기보다는 암종·성별·체중 상태 등을 종합해서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건강한 일반인들에게도 비타민D의 적정 섭취는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이 접근할 필요는 없다. 밤에 근무해 햇볕을 제대로 쬐지 못하거나, 피부색이 짙어 자외선 흡수가 원활치 않은 경우, 그리고 고령층이나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에 거주해 일조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비타민D 영양제가 필요하다. 계절적 요인에 따라 햇볕이 줄어드는 겨울철에는 야외활동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체내에 오랫동안 머무르므로, 특정 용량을 초과해 지속해서 섭취하면 오히려 독성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환자의 신체 상태나 암종별 특성을 무시한 ‘무작정 고용량 투여’는 피해야 한다. 담도암 연구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비타민D가 모든 암 환자에게 똑같이 유익하게 작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D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골다공증 예방과 뼈 건강 관리, 면역력 향상 등 다양한 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담도암 환자, 특히 여성 환자에게서 비타민D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예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반면 저체중 환자군은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생존율에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결과가 제시된 만큼, 각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체질량지수, 성별 등을 종합해 맞춤형 비타민D 섭취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인 NIFTY 연구의 일부로 진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캔서 메디신(Cancer Medicine)’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암 치료 과정에서 비타민D 보충을 고민하고 있다면, 연구 결과를 참고하여 자신이 어느 상황에 해당하는지 전문의와 깊이 있게 상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 요하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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