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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파병 키맨' 쇼이구 방북…김정은, 청구서 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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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관련해 ‘키 맨’ 역할을 맡아온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21일 북한을 찾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게 목적으로, 종전 협상과 맞물려 북한의 3차 파병과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을 놓고 막판까지 군사협력에 속도를 붙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하고 두 나라 간 '전략대화'를 계속해 심화시킬 것을 합의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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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은 이날 오전 쇼이구가 평양에 도착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쇼이구는 첫 일정으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 대사,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과 함께 평양 중심부의 해방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김정은과의 만남도 예고됐다.

국방장관 출신인 쇼이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북·러 정상이 간접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는 격이 될 수 있다. 쇼이구가 등판하고 김정은이 그를 맞이하는 건 그만큼 양측이 중요한 사안을 논의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쇼이구의 방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이 부분 휴전에 합의한 직후 이뤄진 게 특히 의미심장하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며 북·러가 서로 얻어낼 카드를 다시 조율하는 목적일 수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1차 북한군 파병 때도 전달인 9월 쇼이구가 방북한 게 파병 준비가 본격화하는 기점이 됐다.

북한이 1차 때 1만 1000여명에 이어 지난 1~2월 1500여명을 2차로 대규모 파병한 가운데 쇼이구가 3차 파병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영토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푸틴으로서는 우크라이나가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는 게 관건이다. 에너지와 인프라 공격을 중단하는 이번 부분 휴전에서도 격전지인 쿠르스크는 사실상 제외돼 있다. 북한군의 추가 파병은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군에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북한은 파병 청구서에 첨단 군사 기술 지원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정은의 행보는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방공망 강화가 대표적이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김정은 참관 하에 미사일총국이 전날(20일) 군수공업기업소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최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 무기체계의 종합적 전투성능검열을 위한 시험발사를 실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0일 군수공업기업소에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최신형 반항공(지대공)미사일 무기체계의 종합적 전투성능검열을 위한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1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을 참관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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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선 북한이 이미 러시아의 기술 지원에 힘입어 고질적 약점으로 꼽혀온 방공망을 강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신형 지대공 미사일 별찌-1-2형의 경우 기존 ‘번개’ 계열 지대공 미사일의 진화형으로 추정됐다. 당시 러시아의 S-300, S-400 미사일을 본 따 번개 계열 미사일을 개발해 온 북한이 러시아 기술 지원으로 지대공 미사일에서 급격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북한에 취약한 평양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한 관련 장비와 대공 미사일 등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대공 미사일 역시 러시아 지원을 업고 개량이 이뤄졌을 수 있다. 김정은이 직접 참관까지 한 데다 이날 북한이 시험한 무기 체계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은 건 별찌-1-2형과 다른 개량형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황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지난 8일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처음 공개한 것도 러시아 기술 지원을 염두에 둔 움직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핵동력(핵추진) 전략 유도탄 잠수함 건조 실태도 현지에서 요해(파악)했다”고 전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독자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핵추진에 필요한 밀폐 구조의 소형 일체형 원자로나 고온·고압을 견디는 특수강 기술 등을 북한이 자체적으로 습득하기란 매우 어렵다. 러시아가 기술이나 원자로를 통째로 지원할 가능성은 그래서 거론된다.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주장하는 선박의 선체 일부도 공개했는데, 이는 종전이 이뤄지기 전 러시아로부터 핵잠 관련 기술을 내놓으라는 채근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이를 위해 김정은이 3차 파병으로 크게 베팅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사업을 현지에서 료해(점검)하고 선박 공업의 획기적 발전을 위한 전략적 방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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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원하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 후보군으로 수상 전투함도 눈여겨 볼 분야다. 이날 김정은은 남포조선소를 시찰하며 “선박공업의 현대화를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전반적인 선박건조능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건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겐 방공망과 해군력 모두 러시아의 지원이 절실한 분야”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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