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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中 ‘서해 구조물 알박기’… “日이 동해에 이랬으면 난리 났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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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중국해 이어 ‘서해 공정’

지난 1월 한·중 잠정조치수역에 해당하는 산둥성 칭다오 항만 인근 해상에 중국이 설치한 대형 철골 구조물 ‘셴란 2호’. 직경 70m, 높이 71m로 실시간 해상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한국 정보 당국은 작년 4~5월 중국이 이 지역에 구조물 2기를 설치한 것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 구조물이 양식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형이 석유 시추 구조물과 유사해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향후 이 구조물을 근거로 서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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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서해에서 대형 철골·콘크리트 구조물 설치를 늘려나가고 있다. 중국은 어업용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발판 삼아 관리 인력과 각종 기계 장비를 추가 투입하며 내해(內海)화 작업을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해양 강국 건설’ 선언 이후 남중국해에 ‘알박기’ 구조물 설치로 영유권을 확장한 중국이 이제는 ‘서해 공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군함, 전폭기를 동원해 서해를 전장(戰場)으로 상정한 중국의 군사훈련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 “中, 서해에 구조물 12기 설치 계획”

21일 정보 당국에 따르면,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철골 구조물 선란(深藍) 1·2호 등 2기를 설치한 것이 지난해 4~5월 포착된 데 이어 최근 3호 구조물 제작도 마무리했다. 선란은 직경 70m, 높이 71m 이상의 철골 구조물로, 중국은 이것이 해상 양식장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선란 3호 제작도 마무리 단계인데, 조만간 지상에서 서해로 이동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이 대형 철골 구조물을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2~3년에 걸쳐 총 12기가량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잠정조치수역은 해상 경계선 획정을 유보해 둔 민감 지역으로, 한중 합의에 따라 지하자원 개발·구조물 설치 등은 금지돼 있다. 중국은 2022년 3월에도 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석유 시추 구조물을 설치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중국은 지난달 26일 한국 해양 조사선이 선란 1·2호의 해양 오염 물질 배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접근하자 고무보트 등을 동원해 가로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해경도 함정을 급파했고 현장에서 중국 해경과 2시간여 대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중 선박 충돌과 대치는 지난해에도 발생했다. 한국 정부가 점검을 위해 선박을 보내자 선란 위에 있던 중국 인원들이 흉기로 위협하며 접근해 우리 측 수중 장비와 연결된 로프를 절단했다는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대통령실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내달 다시 선란 등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구조물 근거로 영유권 주장할 듯”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런 구조물을 근거로 영유권 주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은 “마땅한 바다 진출로가 없는 내륙 국가인 중국은 해상 진출로 확보를 ‘대국 굴기’의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면서 “남중국해에 이어 서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 자국 군함의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해상에 선란 같은 구조물 10여 개를 띄워 우리 감시 어선의 접근을 제한한 뒤, 구조물 뒤에서 석유 시추 구조물을 여럿 설치하고 거기에 콘크리트를 부어 일종의 인공섬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남주홍 전 국정원 1차장은 “중국은 ‘어업용 구조물·석유 시추 장비인데 왜 그러냐’면서 한국이 군사 대응을 하기 애매한 선을 오가며 서해의 잠정조치수역을 야금야금 차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랜드(RAND) 연구소는 “중국은 상대방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회색 지대’ 전술로 ‘바다 공정’을 지난 10여 년간 펼쳐오고 있다”면서 “이는 국제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교묘한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의 암초 ‘피어리크로스’에 중국이 세운 인공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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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은 시 주석이 해양 강국 건설을 국가 전략 목표로 제시한 이듬해인 2013년부터 남중국해에 인공섬 건설을 늘려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남중국해 전체 면적(350만㎢)의 80% 이상을 ‘중국 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베트남 등 인접 국가 간 이해 충돌로 어느 쪽도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는데 일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도 천연가스전 시추 구조물과 부표 등을 잇따라 설치해 일본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 중·일 논란에 온도 차 보이는 정치권

국회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21일 중국의 서해 철골 구조물 설치에 대해 “대한민국의 주권적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앞서 중국의 무단 구조물에서 양국 해경이 대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18일 당 차원의 논평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라며 정부 차원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중국의 구조물 도발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중국 비판에 소극적이고, 중국의 고압적인 외교 정책에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대만 해협 문제에 대해 “왜 우리가 개입하나.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되지”라며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2023년 싱하이밍 당시 주한 중국 대사가 관저에서 이 대표와 만나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등 내정 간섭성 발언을 쏟아낼 때 이 대표는 듣기만 했다.

반면 이 대표는 강제 징용 배상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 등 일본과 관련한 문제에선 “‘전면전’을 선포해야 마땅하다”고 했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본이 동해에 이런 구조물을 설치했으면 야당이 이렇게 조용했을까.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서해 중간에 한국과 중국의 200해리(약 370㎞)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쳐 ‘바다의 국경선’인 경계선 획정을 유보해둔 지역. 2001년 한중 어업협정 때 양국은 이 지역에서 어업 행위를 제외한 시설물 설치나 지하자원 개발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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