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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서 피가 쏟아졌다” 8년 전 그날의 비극, 경찰은 오늘도 실전복을 입는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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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앞 의경이 전하는 ‘미리 듣는’ 탄핵심판

8년 전 탄핵 선고일, 헌재 지킨 4인 인터뷰

“파면 결정 순간 헌재 일대 완전한 적막”

“헌재 가자” 외치며 경찰 폭행 등 극단 행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로 파손된 경찰 기동대 버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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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헌법재판소가 곧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결론을 낸다. 대통령 파면이냐 아니냐. 중차대한 문제 앞에서 지지자들은 연일 탄핵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수많은 군중이 몰려드니 물리적 충돌과, 인명사고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경찰과 서울시, 소방 등 유관기관은 몇 주째 머리를 맞대고 선고 당일 안전관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경찰 입장에서는 8년 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선고 당일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2017년 3월 10일, 헌재가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자 성난 지지자들은 폭력 행위를 일삼다가 시민 4명이 사망했다.

그때 서울 종로구 헌재 주변에 파견돼 근무했던 ‘의무경찰(의경) 출신’ 김모(31) 씨는 “쓰러진 사람 머리에서 피가 쏟아졌다”고 그날의 비극적 현장을 회상했다. 헤럴드경제는 당시 헌재 주변을 지켰던 의경 출신 4명을 만나 그날의 혼란스럽고 위험했던 상황을 재조명했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경찰기동대가 차벽을 오르던 집회 참가자를 끌어내리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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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파면 순간, 안국역 수만 명 일제히 ‘적막’
의경 출신 4명은 약 8년 전 일을 어제 일처럼 기억했다. 이들은 선고 당일 헌재 인근 안국역 부근에 기동단으로 투입돼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특히 2명은 사망사고 발생 현장 인근에서 근무해 사망사고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당시 강남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이었던 김모(31) 씨는 선고 당일 3기동단을 지원하기 위해 집회 현장으로 나섰다. 김씨는 안국역 5번 출구에 주차된 경찰 버스 내부에서 외부 침입을 막는 경계 근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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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의무경찰. [연합]



오전 11시 탄핵 선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문을 읽고 판결이 나오는 순간 안국역 일대는 순간적으로 고요에 휩싸였다고 김씨는 회상했다. 헌재가 떠나가라 소리쳤던 집회 참가자들은 전광판과 각자의 휴대전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파면 선고가 나오자 안국역 5번 출구에 몰려있던 탄핵 반대 지지자들은 싸늘할 만큼 적막했다.

분위기는 이내 반전됐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로 가자”라고 외쳐대며 삽시간에 성난 군중으로 변했다. 군중이 버스를 흔들어 위협을 느낀 김씨는 버스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가 본 안국역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로 가는 길목을 막아선 경찰 버스를 넘으려고 나섰다.

김씨는 “버스 바퀴를 밟고 버스 지붕으로 올라서거나 경찰 버스 밑으로 기어서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버스를 넘으려는 이들과 막으려는 경찰 간 극심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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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 현장에서 철제스피커가 떨어지는 장면. 이 사고로 70대 남성 김모씨가 숨졌다. [서울경찰청 제공]



충돌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 버스를 탈취해 운전하며 경찰의 차벽을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 소음 측정 차량 지붕에 달려 있던 철제 스피커가 70대 남성 머리로 떨어졌다. 크게 다치고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끝내 사망했다. 탄핵 선고 후 약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김씨는 “피해자가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피가 흥건했다. 아직도 잊기 어려운 장면”이라고 회상했다.

같은 장소에서 근무했던 3기동단 소속 A씨는 “누군가가 마이크와 확성기로 사람이 죽었다고 연신 소리쳤다”며 “구급차가 서둘러 현장으로 들어왔어야 하는데 인파가 너무 많아서 현장 진입에도 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집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로 파손된 경찰 기동대 버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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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당시 헌재 인근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까지 치솟았다. 곧 경찰에게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폭력 사태로 번졌다. 3기동단에서 근무했던 B씨는 “차벽으로 막아놓은 곳을 뚫으려고 죽창으로 창문 등을 깼다”며 “또 방패로 막고 있던 의경들의 방패를 뺏으려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발로 찼다. 얼굴을 직접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의경 출신 C씨는 “경찰 버스를 흔들고 창문을 깨는 등 집회 참가자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다”며 “당시 집회에 나가 몸싸움이 이어지다 보니 어깨를 다쳐 치료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8년 전과 지금 상황 달라…그땐 ‘2030’ 없었어”
이들은 8년 전과 지금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C씨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집회 참가자 중 젊은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2030세대 참여가 많다고 하던데 폭력 사태로 번지면 과거보다 더 위험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 2023년 의무경찰 완전 폐지로 경비 공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김씨는 “당시에는 안국역을 가득 메울 정도로 경찰 기동대 수가 많았다”며 “지방에서도 의경이 올라와서 수가 많다 보니 무전기 주파수까지 종종 겹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투입된 의경 수는 지방에서 합류한 의경을 더해 총 2만1600여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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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의무경찰. [연합]



현재는 의경의 자리를 일선 경찰관이 채우는 상황이다. 의경은 지난 2023년 4월 마지막 기수가 전역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폐지 논의가 시작되던 2017년 기준 약 2만5000명이었던 의무 경찰의 빈 자리는 직업 경찰관들로 구성된 기동대가 대신하고 있다.

일선 기동대의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다. 최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경 업무가 기동대로 넘어간 이후 서울 집회 지원 등으로 출동한 지방 기동대 수가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의경이 있었던 2020∼2022년 서울 지원을 위해 출동한 지방 기동대 수는 ▷2020년 579개 ▷2021년 546개 ▷2022년 588개 등으로 연도별 평균 571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의경 폐지로 서울 집회 지원을 위해 출동하는 지방 기동단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의경이 완전 폐지된 2023년에는 1721개 부대였고 작년엔 2024년 1823개 부대였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서울경찰청, 과거 경험 살려 실전 대응 훈련
8년 전 헌재 주변에서 펼쳐진 비극적 사고를 기억하는 경찰은 ‘사고 제로(0)’를 목표로 몇 주째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기동단과 지역 지방 경찰청의 지원 부대가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총 45개 부대, 27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18일 진행된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합동 연합훈련.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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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혼란 상태에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대응 능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차단선 유지를 위한 상황을 가정해 실전감각을 키우도록 훈련을 진행했다. 또 불법·폭력행위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신체보호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캡사이신 이격용 분사기와 경찰봉 등 장비를 사용하는 훈련도 벌였다.

특히 경찰은 이번 훈련에서 경찰 장비 사용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교육했다. 또 부대 간 협력 체계를 점검해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즉각적인 현장 대응력을 높였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질서유지’를 위해 선고일까지 교육훈련을 반복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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