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유산 올랐다가 주민들에게 폭행
치안 불안한 멕시코, ‘사적 제재’ 종종 발생
21일(현지시간) 디아리오데유카탄과 데바테 등 멕시코 현지 언론은 유카탄주(州) 치첸이트사에서 독일 국적의 38세 남성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에 불법으로 등반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곳곳에 배치된 관리 요원의 눈을 피해 피라미드 주변의 보호 시설물을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은 엘카스티요 피라미드의 계단을 통해 꼭대기에 있는 옛 종교의식 거행 제단까지 올라갔다가 곧바로 내려왔고, 관리 요원과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그러자 이 광경을 지켜본 군중 가운데 수십명이 경찰에 붙들려 외부로 이동하는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 이 남성은 치료를 받은 뒤 구금됐다.
이 상황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했다.
치첸이트사의 엘카스티요 피라미드 픽사베이 |
치첸이트사는 600∼1200년대 이 지역에 터를 잡고 번성한 마야인들의 중심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7대 불가사의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9000여명의 인파가 몰린 상태였다. 이 시기에는 ‘쿠쿨칸(마야 신화 속 깃털 달린 뱀)의 하강’이라고 이름 붙은 현상을 보러 많은 관광객이 엘카스티요 피라미드를 찾는다. ‘쿠쿨칸의 하강’은 독특한 피라미드 설계로 인한 그림자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지난해에는 멕시코시티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진 게레로주 탁스코에서 8세 소녀를 납치 살해한 용의자가 주민들의 집단 폭행으로 사망했다. 그는 경찰에 체포돼 구치소로 이동하던 중 성난 주민들에게 붙잡혀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마약 카르텔의 강력 범죄로 몸살을 앓는 멕시코 남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조직범죄에 맞선다는 명목으로 자경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2021년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한 산악 마을에서 자경단이 범죄조직 가담자를 찾아낸다는 명목으로 12채의 집을 불태우고 21명을 납치해 논란이 됐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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