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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증시의 주인공은 SK하이닉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작년 상반기는 확실히 SK하이닉스의 시대였습니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사업보고서가 최근 공개됐습니다. 비록 지난 2018년 기록했던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률(51.5%)보단 낮지만, 66조원이 넘는 매출 규모와 그렇게 막대한 매출에도 35.5%를 기록한 수익성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물론 시장은 이미 SK하이닉스의 성과를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사업보고서가 쓸모 없는 과거의 숫자들은 아닙니다. 왜 이런 실적이 나왔는지, 과거엔 어땠는지 등 사업보고서에 공개된 숫자들을 분석해 보면 내일은 어찌될지 조금은 더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정비를 지렛대로 한 레버리지 효과 극대화 = 가장 먼저 매출부터 보죠. 2023년 32조7657억원에서 1년 새 66조193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응하는 비용인 매출원가는 3.2%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SK하이닉스 2024년 사업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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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단연 고정비 비중이 큽니다. 엄청나게 넓은 땅에 거대한 공장을 짓고 비싼 첨단 기계설비를 들여 고급인재들이 연구개발해 제품을 생산합니다.
이에 비해 원재료비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는 대략 고정비와 변동비 비중이 60대 40정도 됩니다.
매출이 증가하면 따라 붙는 변동비 비중이 낮은 구조적 특성 때문에 매출이 2배가 늘어도 매출원가는 거의 늘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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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치킨집에서 배달을 외부 대행업체에 맡길 경우를 생각해보죠. 1만원짜리 치킨을 팔 때마다 수수료 3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치킨 100마리를 팔면 매출은 100만원, 비용은 30만원이 드니 이익은 70만원입니다. 1000마리를 팔면 매출 1000만원, 비용은 300만원으로 700만원이 남습니다. 매출이 늘어도 비용이 따라 붙는 변동비 구조이기 때문에 이익률 70%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배달원을 고용해 일정한 월급(=고정비)을 주면 비용구조가 확 달라집니다. 배달원 월급이 100만원이라고 해보죠. 변동비 대신 고정비 100만원이 생겼습니다. 치킨 100마리를 배달하나 1000마리를 배달하나, 어차피 100만원 월급 주는 건 똑같습니다. 1000마리 배달하면 매출은 1000만원이니 이익은 900만원으로 껑충 뜁니다. 그런데 만약 50마리밖에 팔지 못했다면 매출은 50만원, 비용은 100만원이니 50만원 오히려 손실을 보게 됩니다.
때문에 SK하이닉스처럼 고정비 구성이 큰 기업은 Top-line, 즉 매출이 어떻게 되는지 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에 비해 변동비 비중이 큰 산업은 매출뿐 아니라 매출원가를 구성하는 비용에 대한 분석도 매우 중요합니다.)
▶엔비디아 덕 봤지만, 엔비디아 없었어도 사상 최대 매출 = SK하이닉스 매출 증대를 언급면서 이 기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엔비디아입니다.
두말할 필요가 없는 세계 최고의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기업입니다. 팹리스는 반도체 연구, 설계만 하고 생산은 외부 업체에 맡기는 형태입니다. 바로 그 파트너가 SK하이닉스였죠.
매출의 10조9000억원 가량이 단 하나의 고객으로부터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16%를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SK하이닉스는 물론 공식적으로 이 고객이 누군지 밝히지 않지만, 엔비디아일 것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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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처럼 엔비디아로부터의 막대한 매출 수혜는 2023년 사업보고서를 통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바로 ‘계약부채’입니다. 기업 간 거래를 할 땐 먼저 돈을 주고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안정적으로 품질이 검증된 제품을 받는 게 중요하다면 납품을 받는 대가로 돈을 미리 줍니다. 그럼 돈을 받은 기업은 계약대로 제품 만들어 주면 됩니다.
참고로, 돈을 미리 받았는데 왜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잡느냐고 궁금해하실 수 있습니다. 투자뉴스 뒤풀이를 통해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시피, ‘모든 빚은 부채지만 모든 부채가 빚은 아닙니다’. 부채는 크게 금융부채와 영업부채로 나뉩니다. 금융부채가 쉽게 말하는 빚입니다. 영업부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거래 상대방에게 줘야할 대금(매입채무)입니다. 그 외에 뭔가 해당 기업이 해야할 ‘의무’가 있다면 부채로 보면 됩니다. 은행으로부터 빌린 빚은 정해진 시기에 상환을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요. 계약부채의 경우도 상대방으로부터 돈을 미리 받은 대신 계약에 따라 성실하게 제품을 만들어 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부채로 분류되는 것입니다. 이는 조선사가 선박 수주를 할 때 받은 계약금을 부채로 처리한 것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이는 ‘[투자뉴스 뒤풀이] 돈 벌었는데 빚이라고?…‘선수수익’으로 이해하는 회계 기본‘(2022년 3월 29일)을 참조 부탁드립니다.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야 하는 고품질 제품 가운데 대표적인 게 뭘까요? 바로 반도체입니다. 그럼 엔비디아가 2023년 SK하이닉스에 얼마나 돈을 미리 줬는지 살펴보죠.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계약부채’가 2022년 3456억원에서 2023년 1조5851억원으로 급증한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금액은 2024년 1분기 무려 2조7459억원까지 치솟습니다. 계속해서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주문을 잔뜩 넣으면서 돈도 미리 팍팍 꽂아준 것입니다.
더군다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가 원하는 HBM의 단일위탁생산자입니다. 계약조건도 SK하이닉스에 결코 나쁘지 않았을 것입니다. 1분기까지 급증한 납품 계약 규모(qauntity)뿐 아니라 질(quaility)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의 실적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단 것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5년은 어떨까요?
202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계약부채가 5434억원으로 감소한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덮어놓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로부터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 것이라고 하면 안됩니다. 계약부채가 증가한 건 확실한 호재지만, 감소한 것은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매년 막대한 연구개발과 Capex 투자가 필요합니다. 돈 나갈 구멍은 여전하단 것이죠.
기업이 필요한 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4가지입니다. 하나는 벌어서 쓰는 것입니다. 이익잉여금이죠.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23년 적자를 본 탓에 이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두 번째로 가장 흔한 게 차입입니다.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한테 빌리는 것이죠. 반도체 호황을 맞은 SK하이닉스가 차입을 좀 늘린다고 큰일날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세 번째 방법인 유상증자는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영업부채를 늘리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 재무상태를 보면 차입을 늘려도 당장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차입보다 좀더 좋은 자금조달 수단이 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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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법이 바로 엔비디아로부터 미리 돈을 받아 Capex 투자에 쓰는 것입니다. 어차피 엔비디아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줘야 하니, 그 제품을 만들기 위한 시설투자금을 엔비디아로부터 미리 당겨 받은 것입니다.
SK하이닉스는 차입에 따른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고, 남아 도는 현금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엔비디아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미리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좋죠. 이 때문에 계약부채가 증가했을 수 있습니다.
2024년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이익을 보는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벌어들이는 돈만으로 투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구태여 미리 엔비디아로부터 돈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겠죠. 세상만사 다 그렇듯, 어쨌든 돈을 빌리는 쪽이 크든 작든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2024년 사업보고서에 계약부채가 감소한 것은 그래서 좋다/나쁘다를 콕 집어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덕을 많이 보긴 했지만 엔비디아가 없다고 해서 큰일나진 않겠구나 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SK하이닉스는 2024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위에 언급한 ‘주요 고객에 대한 정보’ 공시를 보면, 엔비디아에 판 걸 빼도 매출이 약 55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입니다. 종전 최대였던 2022년 44조62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이 많습니다.
SK하이닉스가 그만큼 지난해 장사를 아주 잘 했다는 의미입니다. 엔비디아에 납품한 HBM뿐 아니라 반도체 전반의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걸 방증합니다.
사실 단일 고객에 매출의 10% 이상을 의존한다는 것은 수익 다변화 측면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해당 공시를 따로 하도록 강제한 것도 특정 업체 매출 쏠림에 따른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 매출을 빼도 사상 최대 매출을 낸 SK하이닉스에겐 이 같은 고민은 필요 없어 보입니다. 때문에 설사 엔비디아가 공급처를 다변화하더라도 SK하이닉스가 그렇게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는 다소 소소하게, 하지만 사업보고서를 통해 충분히 예견이 가능했던 손익 요소를 살펴보고, 2025년은 어떨지 전망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감가상각비입니다.
SK하이닉스는 고정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가상각비도 감소했습니다.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 주석 25, 26번 ‘판매비와관리바’,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통해 매출원가에서 유·무형자산 감가상각비를 발라낼 수 있습니다. (편의상 ‘제품 및 재공품의 변동’에 포함된 감가상각비는 무시하겠습니다)
2023년엔 13조원이던 유·무형자산 상각비는 2024년 약 12조원으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2023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미 예견됐던 부분입니다. 2023년 재무상태표를 보면 유형자산이 52조7049억원으로, 1년 전 60조2285억원보다 줄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설투자(Capex)를 줄였다는 의미입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일년에 얼마나 투자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유형자산의 취득’을 보면 2021년 12조5000억원에서 2022년 19조원으로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2023엔 8조3000억원 규모로 확 줄어듭니다.
이같은 투자 금액은 이듬해부터는 쳐내야 하는 감가상각비를 의미합니다. 매출원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감가비가 2022년 급증하니 2023년 감가비는 늘어 매출원가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반대로 2023년엔 투자 규모가 감소하니 2024년 감가비가 줄었고 결과적으로 매출원가 감소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손익계산서상 이익률 증가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럼 2025년은 어떻게 될까요?
2024년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얼마나 했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약 16조원을 했네요. 다시 어마어마하게 증설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2025년 감가상각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손익 측면에선 매출원가 증가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혹시 2024년 1분기 SK하이닉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SK하이닉스는 2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공시했습니다. 흑자전환은 당연하고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40% 가량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증권사 연구원들이 깜짝 실적의 원인으로 공통적으로 지목한 게 바로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 환입효과입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담금이 확 줄면서 그만큼이 이익으로 타고 들어온 덕분이란 것입니다. 이 효과는 1분기에 가장 강했지만 2024년 연간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이 뭔지, 이게 왜 이익으로 환입이 돼 들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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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어떤 제품을 만들면 일단 재고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그게 팔려나가면 손익계산서의 매출로 잡히고 각종 비용을 제하고 순이익으로 남아 기업의 몫이 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SK하이닉스가 100만원을 들여 반도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원가가 100만원이니깐, 재무상태표에 100만원이란 재고자산이 생깁니다. 이걸 150만원에 팔면 손익계산서에 매출 150만원이 찍히고 원가 100만원을 뺀 50만원의 이익이 남습니다. 그리고 재무상태표에선 팔려나간 재고는 사라지고 150만큼 현금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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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재고가 해가 바뀔 때까지 안 팔리면 재무상태표에 재고 100만원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그런데 2023년 반도체 시세가 8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반도체는 워낙 가격 등락이 심하기 때문에 원가보다 시세가 낮아지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제품을 팔아버리면 20만원 손실이 납니다.
회계는 보수적입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지요. 매출은 실현됐거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아야 잡을 수 있지만 손실은 예상이 되면 바로 장부에 반영해야 합니다. 절대로 80만원에 팔 생각이 없더라도 말이죠.
그럼 재무상태표에서 100만원이던 재고자산은 80만원으로 깎이고, 예상되는 손실 20만원은 손익계산서에서 바로 비용처리를 해버립니다. 이때 잡은 20만원을 ‘평가충당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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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SK하이닉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재고자산의 취득원가가 15조9072억원인데 평가충당금으로 2조4266억원을 쌓아놓은 걸 알 수 있습니다. 15% 이상을 까버린 것으로, 전기(2022년) 7.8%에 비해 크게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듬해 제품 가격이 8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다시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장부상 80만원이 된 재고자산이 150만원에 팔려 나갈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러면 실제 팔려나가지 않아서 아직 매출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원래 원가인 100만원까지는 그대로 이익으로 환입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손실이었던 20만원이 오늘은 20만원의 이익이 돼 들어옵니다. 원상복구가 되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바로 이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이 2023년 말 2조4266억원에서 1조1566억원으로 1조2700억원 가량 확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곧 1조2700억원이란 이익을 앉아서 받아 먹은 것입니다.
여기서 하나! 혹시 SK하이닉스가 2024년 이익 극대화를 위해 2023년 평가충당금을 일부러 많이 잡은 것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원가란 객관적으로 측정이 가능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그걸 손실로 처리할 기준이 되는 ‘시세’라는 건 극히 주관적입니다. 가장 최근의 출고가로 할 수도 있고 3개월치 평균가로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 외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롤 대도 무방합니다.
앞서 말씀드렸 듯이 2023년 평가손실충당금은 예년에 비해 굉장히 많은 금액입니다. 2023년은 SK하이닉스가 적자를 보는 건 기정사실화 된 해였습니다. 적자 규모가 6조든, 7조든 어차피 적자가 나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1조원 더 늘어나느냐는 적자에 비해 훨씬 민감합니다. 당장 적정주가 추정부터 달라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차피 적자를 피할 수 없었던 2023년 평가손실충당금을 많이 반영해 골을 깊게 만든 뒤 2024년 업황이 돌아섰을 때 훨씬 더 이익이 치솟은 것처럼 만들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올해도 이익이 100억원, 내년에도 100억원으로 횡보할 것으로 예상될 때, 올해 이익 20억원을 깎고 내년에 반영되도록 하면, 실제로 이익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8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50%나 껑충 뛴 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불법도, 편법도 아닙니다. 오히려 SK하이닉스의 재무팀의 지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재고자산 평가손실충당금 환입이 이익에 증대한 부분은 2025년엔 기대할 수 없겠죠.
▶SK하이닉스의 2024년 실적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제대로 타면서 엔비디아라는 든든한 매출처가 생긴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 엔비디아를 빼더라도 사상 최대 매출이란 건 SK하이닉스가 얼마나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인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매출 증가에 따른 이익률 급등 효과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몇몇 재무적 선택과 판단으로 실적을 더욱 돋보이게 한 효과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 기자입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 Society Korea PA(Public Awareness) Committee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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