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러시아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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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직접 만나 구체적인 휴전 조건을 논의할 예정임에도 전선에서의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발생한 에너지 시설 공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책임 공방을 벌이며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포크로우스크주 바딤 필라슈킨 주지사는 러시아 포격으로 이곳에서 민간인 최소 3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동부 포크로우스크는 우크라이나 주요 교통 및 물류 중심지로, 수개월째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지난 20일에도 러시아는 흑해가 인접한 남부 도시 오데사를 드론으로 공격해 주거 및 상업용 건물이 파손되고, 전역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화 통화에서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대한 30일 공격 중단에 합의했다. 오는 24일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각각 회담을 할 예정이다. 미-러는 전문가급 회담을 열어 에너지 인프라 전투 중단과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이행 등 구체적인 휴전 조건을 논의한다. 우크라이나 전문가팀도 이날 따로 미국과 회담을 갖는다. 하지만 러시아는 두 정상이 통화한 다음날인 19일에도 우크라이나 중부 크로피우니츠키 지역에 드론 200기를 퍼붓는 등 강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긴장은 여전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21일 쿠르스크 수자 지역에 있는 가스 계량소 공격이 후퇴 중이던 우크라이나군에 의한 “테러 행위”라며 이를 “고의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설은 지난해 8월 쿠르스크를 침공한 우크라이나가 점령했지만, 이번주 러시아군이 탈환한 지역에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2일 공식 논평도 내어 “우크라이나 장권이 파괴적인 행동을 계속한다면, 러시아는 대칭적인 방식 등으로 대응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협상 능력이 전혀 없고, 평화에 대한 열망이 없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며 “협상 경로를 탈선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도발을 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러시아가 국제사회를 호도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지난 21일 텔레그램을 통해 “실제로 이 시설은 러시아에 의해 반복적으로 포격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수자의 가스 계량소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공급된 마지막 통로였지만, 우크라이나가 계약 갱신을 거부해 지난 1월1일부로 천연가스 운송이 중단됐다.
이런 가운데, 휴전 협상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책 ‘전쟁에서의 평화협상’을 쓴 독일 정치학자 신디 비트케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협상을 앞두고 “전투가 더 격화되며 서로를 전쟁 범죄로 비난하는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소위 제한적 휴전은 러시아의 공격을 전혀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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