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한중일, 협력할 공간 넓어져"...'北비핵화, 역사 문제'는 숙제로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중일 외교 장관 회담]
"한일 협력 관계 중요성 커져"
한중, 간극 크지만 우호적 조치 가능성

조태열(오른쪽) 외교부 장관, 이와야 다케시(가운데) 일본 외무장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22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 직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중일 외교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한일·한중은 미국의 관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등으로 협력할 접점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역사 문제, 북핵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제11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3국 협력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우선 한일은 북한 문제 등 안보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 등에서 긴밀히 공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양국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면 '비핵화' 원칙이 흔들릴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 미일 첫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북한 비핵화 원칙과 한미일 3각 공조를 재확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또 한일은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등에 대한 고관세 부과 움직임에도 공동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 간 관계 회복에 역사 문제는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은 일본 측의 호응이 없어 기금이 떨어진 상태다. 사도광산 문제도 우리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협력했음에도 일본 측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조 장관은 지난 2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예방한 자리에서 “양국이 상대가 변하길 기대하기보단 스스로 먼저 변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본의 태도 변화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손열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신 행정부 출범으로 한일 관계가 이렇게 중요할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양국 간 협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역사 문제는 트럼프 변수보다 크진 않겠지만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된다거나 국내 정치 문제와 얽혔을 때 부정적인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 기대감 커져

조태열(왼쪽) 외교부 장관이 21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해빙 무드를 보이는 한중 관계도 북한 문제, 서해 구조물 문제 등 갈등 소지가 남아있다. 지난 22일 한일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언급 없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3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또 중국이 최근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70m 규모 심해 양식장을 무단 설치한 것에 대해 한중 양자회담에서 직접 문제 제기 했지만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다만 중국은 트럼프 취임 이후 한미일 사이에 미묘하게 벌어진 틈을 파고들려고 하고 있다. 한중 양국은 이번 양자회담에서 문화교류 복원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중국이 한한령 해제 등 우호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하반기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가 시작되면 경제 분야에서 한중일 협력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전기차 등 경제안보와 연관된 첨단 기술·산업은 여전히 미일과 협력해나가야 하지만 관세가 부과되는 일반 상품 교역과 관련해서는 한중일이 협력할 공간이 많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에 자유무역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는 국가들 간 협력체계가 더욱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