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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역서 신호위반 탈선... 2호선 12개역 10시간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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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 지하철에 서울 핵심 노선 마비 - 23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승강장으로 들어오던 열차가 탈선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고 열차가 정지 신호를 위반하고 선로 끝까지 달리다가 선로를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이 열차가 선로를 막으면서 홍대입구~서울대입구역 구간의 열차 운행이 9시간 40분간 중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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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구로구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출고되던 열차가 선로 위 차막이 시설과 추돌해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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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탈선 사고가 발생,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까지 외선 순환(시계 반대 방향) 열차 운행이 10시간 가까이 중단됐다. 서울 서남권과 강남권을 연결하는 핵심 노선 마비로 주말 외출·출근길 시민이 종일 큰 불편을 겪었다. 2호선은 서울 지하철 노선 중 하루 수송 인원이 일평균 200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날 오전 7시 50분쯤 신정차량사업소에서 출고해 신도림역 4번 승강장으로 들어오던 제5931열차가 정지 신호를 위반, 선로 끝으로 이탈하면서 탈선했다. 사고로 열차 10량 가운데 1량이 정상 선로를 빠져나와 외선 순환 열차가 다니는 길을 막았고, 홍대입구역~서울대입구역 구간 12역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서울교통공사는 당초 사고 열차가 ‘차막이(정해진 위치를 지나치지 못하도록 승강장 끝에 설치된 구조물)’를 추돌한 것이 탈선 원인이라고 밝혔지만, 오후 5시 30분쯤 입장을 바꿨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인적‧시설‧시스템 오류 등 정확한 사고 발생 경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 중”이라고 했다.

응급 복구를 위한 단전(斷電)으로 오전 10시 17분부터 10시 35분까지 신정지선 까치산역부터 신도림역 양방향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사고 열차에는 기관사와 차내 안내 방송을 맡는 차장 2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치지 않았다.

23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1번 출구에서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출고되던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대체 차편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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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홍대입구역~서울대입구역 구간을 오갈 수 있는 대체 버스를 11대 투입해 대응했다. 지하철 2호선은 작년 한 해 수송 인원이 7억1887만명, 일평균 수송 인원도 196만4000명에 이르는 서울 지하철 최대 노선이다. 공사 관계자는 “2호선을 이용하는 서울·경기 시민들의 출근길 대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복구 작업에 속도를 냈다”며 “내일 오전 첫차부터는 정상 운행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정인성


공사는 인력 474명, 유압펌프 등 장비 282점을 동원해 탈선 9시간 40분 만인 이날 오후 5시 30분쯤 복구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이날 시민들은 극심한 교통 불편을 겪었다. 신도림역 내 개찰구 곳곳에는 ‘신도림→서울대입구 열차 운행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었지만, 플랫폼까지 내려왔다가 정지해 있는 열차를 보고서야 발길을 돌리는 시민이 많았다.

전철역 여기저기서 “버스 타고 갈 걸 그랬다” “지하철이 탈선해서 약속에 늦을 것 같다”는 말이 들렸다. 경기 구리에 사는 전태자(82)씨는 “사당 쪽에 볼일이 있어서 간만에 서울 지하철을 탔는데 온종일 여섯 번이나 갈아타고 있어 힘들다”고 했다.

대체 버스가 정차하는 신도림역 1번 출구 인근에는 화이트보드에 ‘셔틀버스 정차역’이라고 수기로 적은 안내가 붙었다. 배차 간격은 25분으로 길었고 그나마 도착한 버스마저 만원이었다. 한때는 대체 버스를 타려는 시민 80여 명이 40m가량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었다. 한 시민은 역무원에게 “도대체 언제까지 복구 작업을 마치겠다는 건지 분명하게 알려 달라”고 했다.

지하철 2호선 일부 구간이 마비되자 서울 도심 교통은 연쇄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2호선 영등포구 당산역의 내선 순환행은 홍대입구역 방면으로 가는 승객으로 북새통이었다. 한 승객은 “10여 분을 기다려도 전전역에서도 출발했다는 신호가 없었다”고 했다. 당산역 인근에선 택시를 타려는 승객들이 “20분을 기다려도 빈 차 한 대 안 온다”며 “택시 앱도 전혀 쓸모가 없다”고 했다.

사고 지점은 열차 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철로 자체가 중간에 끊어져 없는 곳이다. 열차가 진입해서는 안 되는 길인데, 이곳으로 열차를 몰고 가 사고가 난 것이다. 박정수 동양대 철도운전제어학과 교수는 “잘못 진입했다면 속도를 줄여 나가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고 당시 기관사는 수동으로 열차를 조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신호 체계 관련 이상은 없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관사가 레일을 착각한 것인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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