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헌재는 이날 선고에서 ‘한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만 판단했고 계엄선포의 적법성,국무회의 성립 여부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한 총리 사건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의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한덕수 총리가 ◆윤 대통령 내란 행위에 공모·묵인·방조했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했으며 ◆내란 상설 특검 임명을 회피했고 ◆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을 거부했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운영’을 시도했다는 사유로 탄핵소추했다.
이중 ‘내란 행위’와 관련한 민주당 등 야당의 주장은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권한 없이 국무회의를 소집하는 등으로 내란에 공모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이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계엄선포의 법적 요건이 충족됐는지, 계엄 선포 요건인 국무회의가 성립됐는지에 대한 헌재 판단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도 해당하는 내용이다.
◇40쪽 중 1쪽만 계엄 관련.. ‘내란’판단 없었다
그러나 헌재는 그에 대한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총 40쪽의 결정문에서 ‘내란 행위’에 대한 판단은 1쪽에 불과하다.
헌재는 “한 총리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불과 두 시간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됐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았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되나 여기서 더 나아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尹사건 ‘4월 선고설’ 힘 실리나
결국 헌재는 판 총리가 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공모’를 인정하지 않았고, 국무회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된다’고만 함으로써 국무회의의 형식적 요건을 구비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피해갔다. ‘내란죄 철회’가 가능한지, 적법한지에 대한 판단도 없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걸러낸 것 같다”고 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사건의 평의와 평결, 결정문 작성에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한 총리를 직무에 복귀하게 하면서 윤 대통령 사건의 ‘힌트’를 최대한 주지 않으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 ‘4월 선고설’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듯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26일에는 서울고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가 예정돼 있고 27일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진행하는 헌법소원 등 헌법재판 정기 선고일이다.
이번주 중 선고 가능성이 높은 날짜는 28일이지만, 헌재가 일주일에 세 차례 선고일을 잡은 적은 없고 연이틀 선고를 한 적도 최근 20년간 없었다. 한 변호사는 “다음주 월요일인 31일 선고하지 않으면 결국 4월로 넘어가게 되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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