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사에 갈 때마다 야근은 물론 밤샘 근무까지 마다하지 않는 직원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근 만난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의 한국 법인 관계자들은 “중국 선전(深圳) 본사의 젊은 직원들은 이제 ‘9·9·6′이 아니라 ‘8·9·6′, ‘8·10·6′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사를 세계 1위로 키워 자신들도 성공하겠다는 의식이 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9·9·6은 일부 중국 기업의 근로 문화로 9시 출근, 9시 퇴근, 주 6일 근무를 뜻한다. 9·9·6은 주로 텐센트나 바이두 등 연구개발(R&D) 비중이 큰 IT 기업의 근로 관행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다른 산업군으로도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BYD 한국 법인 관계자들은 중국 직원들에게서 9·9·6에 대한 미묘한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수 년 전만 해도 9·9·6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남들보다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기꺼이 초과 근무를 받아들이겠다는 직원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BYD 관계자는 “본사 직원들은 그동안 상상만 했던 ‘중국 1위, 세계 1위’의 목표를 달성한 것에 크게 고무된 것으로 보였다. 마치 삼성전자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 소니를 추월했던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 같았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들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주 52시간 근무 규제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은 지난 1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핵심 개발자들이 더 많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일하려고 해도 주 52시간 근무제에 가로막혀 있다. 이로 인해 개발 일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부터 연구·개발(R&D) 업무만이라도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요구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은 지난달 17일 야당의 반대로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국 회사 직원이기에 앞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두려움이 느껴졌다“는 BYD 한국 법인 관계자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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