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온리 콤판
미국인 만화가 온리 콤판씨가 지난 22일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만화 박람회 ‘인디애나 코믹콘’에서 자신이 제작한 이순신 장군 만화책을 들고 있다./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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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미국에서 유명한 인물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었습니다. ‘진짜 영웅’의 이야기는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거든요.”
벽안(碧眼)의 미국 만화가 온리 콤판(42)씨는 대학교 졸업반 때인 지난 2009년부터 17년째 ‘수퍼히어로 만화보다 비현실적인 신화’를 작품으로 옮기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절멸의 위기에 있던 조선을 구출한 이순신 장군 이야기다. 콤판씨는 이달 초부터 24일까지 이어진 전화·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순신 장군은 미국의 가상 히어로들과 달리 ‘압도적인 열세 속에서 승리를 거둔, 실존했던 영웅’”이라며 “그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질 때까지 이순신 만화를 계속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100개 이상의 국제 만화 박람회들에서 ‘완판’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콤판씨의 이순신(Yi Soon Shin) 시리즈는 미국 전역에서 종이책으로는 16만부, 전자책으로는 30만부 팔렸다. 이런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로 역수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엔 이순신 만화를 발간하겠다는 출판사도, 유통망도 없었다. 콤판씨가 직접 만화책을 만들어 미 전역을 돌면서 한 권씩 팔았다. 그가 직접 홍보에 나섰던 만화 컨벤션만 120곳이 넘는다. 콤판씨는 “초기만 해도 만화 시장에서 동아시아 역사를 다룬 만화를 출판하려는 출판사는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미국 내 ‘역사 덕후’(history geek)들이 점점 더 조선 수군의 갑옷과 무기 등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이젠 어느 정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온리 콤판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제작한 ‘전사와 수호자’ 시리즈 속 이순신 장군이 군대를 이끄는 장면./본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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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판씨는 미 중서부 일리노이주(州)의 교외 도시 노스브룩에서 1녀 1남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유대계 미국인인 그에게 목숨을 바쳐 조국과 민족을 지켜낸 이순신은 각별했다. 컬럼비아 칼리지 시카고(CCC) 문예창작과 재학 때인 2006년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던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게 됐다. 콤판씨는 “박해당하는 유대 민족을 구하려다 순교한 선조 영웅들이 떠올랐다”며 “이후 이순신의 생애를 연구하면서 세계에 그를 알리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이순신을 그리기 위해 그는 난중일기, 임진창초, 징비록 등 영어 번역본을 일일이 구해 2년간 읽었다. 이순신을 다룬 역사학자 스티븐 턴불과 새뮤얼 홀리의 저서들도 찾아 읽었다. 한국을 직접 방문해 주요 전투 현장을 답사했고 순천향대 정병웅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한국의 육해공군 관계자들도 만나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콤판씨는 “만화의 재미를 위해 가상 인물을 만들거나 초자연적인 요소를 추가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구현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온리 콤판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유대계 미국인 만화 제작자다. 컬럼비아 칼리지 시카고(CCC)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그는 2009년부터 이순신 만화를 제작하기 시작해 총 12권짜리 시리즈를 제작했다. 현재까지 미 전역에서 종이책으로는 16만부, 전자책으로는 30만부 판매됐다.
[장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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