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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다'는 미국의 '쪼잔한' 민낯 [오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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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2025년 3월 4일 미국 국회의사당 밖에서 한 시위자가 미국 국기를 거꾸로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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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탄핵, 체포, 내란죄 기소, 구속 취소. 가슴 답답함이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미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불법이민자 추방, 광범위한 관세 전쟁, 연방 공무원 대폭 감원 및 정부기관 폐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설전. 지난 두 달, 매일매일 롤러코스터 위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첫째, 정당 양극화 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지, 공화당 지지자 절대다수는 박수를 치고 민주당 지지자 절대다수는 쌍욕을 날린다. 건설적 토론 따위는 이제 없다.

둘째, 극단적 소수가 정부와 정책에서 과대 대표되고 있다. 인구가 작은 주들이 연방상원에서 지나친 힘을 행사하고, 정치자금 제한이 거의 없어서 초부유층 입김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념적으로도 진보와 보수 양방향의 극단이 민주당과 공화당을 각각 장악했다. 미국인의 다수는 중도적인데도 말이다.

셋째, 인종 간 갈등과 불평등이 치유 불가능이다. 백인, 흑인, 히스패닉이 서로 다른 곳에 살면서 자신의 문화만을 즐긴다. 다른 종류의 직업을 가지니 소득 차이는 더 심해지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각박해졌다. 하지만 정치는 해결이 쉽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넷째, 개혁과 변화가 느리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다른 방향의 개혁을 꿈꾸고, 의회나 대통령이 뭔가 밀어붙이면 반대진영은 법원을 이용해 제동을 건다. 민주, 공화 누가 집권하든 똑같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새로움을 갈망하지만, 동시에 미국인들은 저마다의 옛날을 그리워한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이변'이라고 생각했었다. 이후 공화당과 그 지지자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 보수의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 낙선을 보았으며,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의식과 변화의 방향이 다르다고 우려했었다. 2024년 화려하고 강력한 트럼프의 귀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생각이 복잡미묘하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이 맞는지 또다시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사람이 오늘도 미국을 오가고 있는데, 정작 미국 정치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착각과 선망은 여전하다. 미국은 그런 한국을 조롱이라도 하듯 "위대한 미국"을 외치면서 쪼잔한 미국의 민낯을 자랑스럽게 내비친다.

2020년 2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에 글 쓰던 일을 이제 그만두면서 그저 넋두리만 늘어놓게 된다.
한국일보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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