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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글로벌 철밥통’ 유엔, 직원 출입구 폐쇄 나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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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찾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 42번가 출입구는 폐쇄되어 있었다. 유엔은 예산 문제로 출입구 중 하나를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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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9시 미국 뉴욕 1번가와 42번 교차로에 있는 유엔본부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지난주 금요일까지 유엔 직원이 이용하는 주 출입구로 이용됐다. 출입구에는 ‘직원 전용문 폐쇄’라면서 ’46번가에 있는 문을 이용하라’고 적혀 있었다. 유엔이 갑자기 출입구 폐쇄에 나선 이유는 ‘허리띠 졸라매기’ 차원이다. 한 출입구에 최소한 3명의 보안요원이 근무한다. 사용 가능한 출입구 수를 줄여 인건비를 아껴보겠다는 발상이다. 한 유엔 직원은 “예산 문제로 외교관 출입구를 가끔 닫은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무기한 출입구 폐쇄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글로벌 철밥통’으로 불리는 유엔은 최근 들어 ‘효율성(efficiency)’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사무국에 효율적 운영에 대한 방안을 찾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유엔은 ‘연방 정부 지원금 삭감’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맞물려 예산 아끼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 80’이라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겠다며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이를 언론에 알렸다. 그는 “유엔처럼 복잡하고 중요한 조직은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있어 엄격하고 정기적인 조사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TF 설치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TF가 추진하겠다는 3가지 목표를 뜯어보면 전부 효율적인 유엔 운영과 관련되어 있다. TF는 ‘일하는 방식의 효율성과 개선점을 신속하게 파악’ ‘몇 년간 회원국들에 부여된 임무에 대한 이행 상황을 철저히 검토’ ‘유엔 시스템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TF가 미국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의 유엔 버전이냐”는 질문에 “그런 종류의 이니셔티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유엔 효율성을 강조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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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팎에서는 “결국 트럼프가 유엔에 대한 예산 분담 삭감을 카드로 들고 나올 것에 대비해 선제 대응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유엔은 큰 잠재력이 있고 우리는 계속 함께 가겠지만 유엔도 유엔의 일을 해야 한다”고 사실상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복수의 유엔 관계자는 로이터에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복귀하면서 효율성 문제가 시급해졌다”고 했다.

실제 유엔이 예산 부족 문제로 출입구까지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유엔 정규 예산은 37억2000만 달러다.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합의한 바에 따르면 정규 예산의 상위 2개 기여국은 미국(22%)과 중국(20%)이다. 그런데 분담금을 언제까지 납부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보니 각국은 납부를 차일피일 미룬다. 유엔 관계자는 “이달 초 기준으로 보면 193개 회원국 중 75개국만 부여받은 분담금을 전액 납부했다”면서 “작년엔 미납국이 41개국에 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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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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