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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실화’라 더 뼈아픈 대형산불...“헬기 더 있었으면 초기진압 성공했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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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50대 중 15대 운행 못해
전쟁 여파로 러시아산 무용지물

모두 ‘실화’로 피의자 특정돼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였던 지난 24일 의성군 점곡면을 지나는 서산영덕고속도로가 산불로 인해 통제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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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다 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있지만 산불 진화 투입에 필요한 헬기가 부족해 진화 때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가운데 초동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고온 건조한 데다 바람마저 강한 날씨로 영남 지역 대형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산불 원인은 모두 ‘실화’로 드러나고 있다. 봄철 산악 행락객과 성묘객 등이 불씨 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청 소속 헬기 총 50대 중 이번 대형 산불 현장에는 35대만 투입됐다. 15대가 정비 등을 문제로 운행하지 못하는 가운데 러시아산 헬기 8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운행이 중단될 실정이다.

경찰·소방·군·지방자치단체 등이 헬기 지원에 나섰지만 대다수가 중소형 이하급이다. 소형 헬기만으로는 초기 진화가 어려운 만큼 대용량 담수가 가능한 대형 헬기나 수송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동 진화에 실패하면 진화 인력에게 의존하게 되고 결국 인명 피해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담수 용량 8000ℓ 이상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영남에서는 대형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며 피해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의성 산불 구역 진화율은 71%로, 피해 면적은 6079㏊에 달한다. 산청 산불 진화율도 68%대로 산림 피해 면적이 1502㏊를 나타내고 있다. 산불에 따른 전국 인명 피해 규모는 같은 시간 기준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으로 집계되며 전날 대비 경상자가 3명 늘어났다.

이번 대형 산불 원인이 모두 실화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사법당국도 원인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청 산불은 농장주가 예초기로 풀을 베던 중 불씨가 튀어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의성 산불 역시 50대 성묘객이 묘지를 정리하다 산불을 낸 것으로 보고 피의자를 특정한 상태다. 울주군은 산불 발화 원인을 농막에서 발생한 용접 불꽃으로 추정하고 60대 남성을 조사 중이다.

산림청은 강원 동해안과 남해안 지역을 제외한 전 경상권에 건조 특보가 발효된 만큼 산불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산림청은 서울 등 수도권과 강원,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산불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영남 지역 산불을 잡는 데 도움이 될 비 소식은 목요일인 27일에나 찾아올 전망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백두대간 동쪽 지역 대기가 건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성 = 우성덕 기자 / 산청 = 최승균 기자 / 울주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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