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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쇠퇴와 기후변화의 대응 해법으로서 정원도시 [성공경제연구소의 한마음 대한민국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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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한반도는 아름다운 산과 생명의 원천인 하천이 어우러진 금수강산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는 국토의 산과 강을 보호하고 복원하며 회복력이 있는 국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나온 개발 시대에는 회색인프라를 구축했다면 이제는 그린인프라로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모든 시민이 자연 생태와 인문 유산을 즐기며 가꾸고 보호하는 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원도시는 현재 도시가 직면한 두 가지 주요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쇠퇴 지역을 살리는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2023년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한 정영선은 한 강연에서 “우리 국토가 이미 하나의 정원이다. 비록 지금은 지나친 난개발로 아파트 공화국이 됐지만 여전히 손바닥만큼 작은 정원에서부터 국립공원까지, 나아가 우리나라 많은 섬들을 보살피고 보호하고 다듬는 것은 우리의 일이다”라고 강조하였다. 윌리엄 모리스도 ‘에코토피아 뉴스(1890)’에서 “이 나라는 하나의 정원이다”라며 135년 전에 영국 국토 전체가 정원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였다. ‘국토가 정원’이 되는 한반도 미래를 그려볼 때다.

사실 21세기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나라 여러 지자체가 정원도시를 만들고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노력들이 하나의 의미 있는 흐름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와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상과 전략들보다 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정원도시에 관한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정원도시는 녹색 공간을 만들고 가꾸는 차원에 머무르고 있다. 정원도시는 기존의 도시개발 방식을 지양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비전과 전략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인문 생태를 포함하는 정원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향가치와 원칙을 심화하고 다양한 전문 분야를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 여건에 맞는 정원도시의 특성을 찾아내는 성찰과 연구가 우선해야 한다.

둘째, 국가적 차원에서 정원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차원의 부처 협력과 민간 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촘촘한 국가 단위의 그린인프라스트럭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린인프라는 산림과 하천 등 도시를 둘러싼 총체적인 자연환경의 네트워크로서 기후변화를 완화·적응하는데 편익이 높은 수단이며 시민 생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기설이다. 국가 단위 그린인프라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제도적인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 가칭 ‘그린인프라스트럭쳐 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관련 법률을 조정하는 수단을 마련하고, 통합 조정하는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국가 그린인프라 통합관리를 위한 정부 조직개편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정원도시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태 자원을 보존하고 복원하고 확충해야 한다. 기존 자연공원, 그린벨트, 도시숲, 농지와 산지를 잘 보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지의 절대적 총량을 보존하는 정책을 견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보전과 개발을 제어하는 도시계획 프로세스와 통합하여 관리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폐교를 적극적으로 숲과 정원을 가꾸는 공간으로 전환하고, 도시 내 학교는 숲과 정원을 늘려 생태전환 교육의 거점으로 바꾸어야 한다. 논과 밭 과수원에도 숲을 만들어 서식지 환경도 조성하고 농부가 쉴 수 있는 정원을 조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후, 토양, 생활방식에 적합한 먹거리 숲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할 것이다.

넷째, 도시와 지방이 공생하는 농사 가드닝 프로젝트이다.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공유협력 프로젝트로서 추진할 수 있다. 지방 거점 도시는 인근 쇠퇴하는 지역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공한지나 유휴지를 활용하여 농지나 묘목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도시 액티브 시니어 농사 혹은 가드닝 교육을 통하여 농부나 정원사로 일하게 한다. 지역 쇠퇴에 대응하여 농장 재배로 일자리 창출하고, 토지 임대를 통한 소득을 창출한다. 도농 교류와 순환 사회를 위한 상생을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민간이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정원은 전인 교육을 하는 장소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며 동식물과 함께 사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지구를 살리는 건강한 생활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앞으로 우리의 일상 공간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할 기반이 될 것이며 생명을 존중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비전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원도시를 구현하는데 기후 위기에 적합한 사람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는 시민의 참여로 완성될 수 있다.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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