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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밀가루 가격 내렸는데…'신라면·진라면'은 왜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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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오뚜기 등 가격 인상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은 내려
삼양식품은 '동결' 결정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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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라면 제조사인 농심과 오뚜기가 나란히 주요 라면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밀가루와 옥수수, 팜유, 전분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인상됐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소맥과 팜유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가격 인상으로 실적 부진을 돌파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어쩔 수 없었다"

농심은 지난 17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인상되는 품목은 라면 31개 브랜드중 14개, 스낵 25개중 3개 브랜드다. 출고가격 기준 인상률은 신라면 5.3%, 너구리 4.4%, 안성탕면 5.4%, 짜파게티 8.3%, 새우깡 6.7%, 쫄병스낵 8.5%다. 950원이던 신라면은 1000원으로, 1400원이던 새우깡은 1500원으로 올랐다.

오뚜기 역시 오는 4월부터 16개 라면 출고가를 평균 7.5% 올린다. 대형마트 기준, 진라면이 716원에서 790원으로 10.3% 오르고 짜슐랭이 976원에서 1056원으로 8.2% , 진라면 용기는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 오른다.

도쿄에서 열린 농심 신라면 팝업스토어/사진=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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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사가 밝힌 인상 이유는 밀가루와 팜유 등 수입 원료의 가격 급등이다. 오뚜기는 "최근 환율 상승으로 팜유 등 수입원료의 가격 급등과 농산물 등의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가 부담이 누적돼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심 역시 팜유와 전분류, 스프원료 등 구매비용이 증가한 점을 가격 인상 요인의 첫머리에 뒀다. 농심 관계자는 "원재료비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경영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가격 인상을) 시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올랐…나?

하지만 실제로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을 만큼 원재료 가격이 올랐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농심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산 소맥 가격은 톤당 210달러로 전년 236달러 대비 11% 내렸다. 같은 기간 팜유 가격은 876달러에서 962달러로 9.8% 올랐다. 하지만 앞선 가격 인상이 이뤄졌던 2022년 1254달러와 비교하면 20% 넘게 내린 가격이다.

오뚜기 역시 비슷하다. 지난해 대두유 가격은 톤당 974달러로 전년 대비 27.6% 내렸다. 팜유 가격은 871달러에서 906달러로 소폭 올랐지만 2022년 1238달러와 비교하면 20% 넘게 싸다. 올해 들어서도 가격은 안정세다. 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소맥 선물가격은 지난해 3월 200.6달러에서 올 3월 200.5달러로 동일 수준을 유지 중이다. 대두유 가격은 1046.5달러에서 927.3달러로 10% 가까이 내렸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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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가격 인상 요인은 인건비다. 오뚜기와 농심 모두 가격인상 보도자료에서 '인건비 상승'을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해 농심의 연간 급여 총액은 34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4억원, 6% 늘어난 정도다. 같은 기간 오뚜기의 급여총액도 1560억원에서 1681억원으로 120억원 남짓 늘었다. 3조원대 매출과 2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두 기업의 규모를 고려하면 크지 않은 증가다.

가격을 올린 두 기업과 달리 다른 라면 제조사들은 가격 인상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올해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림산업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팔도는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변명은 있다

일각에선 농심과 오뚜기가 부진한 국내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농심은 국내 부문 매출이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 8.7%의 절반도 되지 않는 성장률이다. 올해에도 5% 안팎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오뚜기 역시 국내 시장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매출 성장률이 2.4%에 머물렀다. 증권가에서도 양 사가 가격 인상을 계기로 국내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하며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는 2분기 이후 호실적을 낼 것으로 봤다.

다만 이번 인상이 '억울한 인상'이라는 입장도 있다. 가격을 대폭 올린 게 아닌, 2023년의 가격 인하 이전 가격으로 돌아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라면업계는 원재료 가격 폭등이 한창이던 2022년 9월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가 이듬해인 2023년 7월 가격을 인하했다. 정부의 가격 인하 요구 때문이었다.

지난 2023년 국내 라면 3사 가격 인하 내용./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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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라면 가격이 인상된 것을 지적하며 "국제 밀 가격이 내린 만큼 다시 적정하게 가격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압박했다. 기업들은 이에 맞춰 가격 인하에 나섰다. 사실상 정부의 압박에 가격 인상을 취소한 모양새다.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달러 환율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2022년 1291.95원이었던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2023년 1305.41원, 지난해 1364.1원으로 크게 올랐다. 달러 기준으로는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았더라도 국내에서는 4% 이상 오른 가격이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내렸던 농심의 경우 이 때문에 지난해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가격 인하에 실적이 악화하면서 결국 다시 가격을 되돌리게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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