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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오늘도 ‘지하 공사 중’인데…초대형 땅꺼짐 불안 엄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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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도로 한복판 땅꺼짐(싱크홀)사고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명초교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25일 도로가 푹 꺼져 있다. 김태형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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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 바로 위 도로에서 돌연 초대형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하며, ‘공사 중인 도시’ 서울 시민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이 사고로 추락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 17시간 만에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전날 생긴 가로 18m, 세로 20m 너비의 초대형 땅꺼짐을 바라보며, 시민들은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한 위협에 불안을 토로했다. 인근 주민인 김아무개(65)씨는 “매일 아침 딸 바래다주러 다니는 길목이다. 엊그제도 근처에서 주유하고 세차했다”며 “지하철역 쪽으로 나가려는 차가 많이 다니는 도로라 사고 규모가 훨씬 커질 수도 있었다”고 불안해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사는 박근택(81)씨는 “여기서 세종시까지 가는 고속도로를 지하화해서 뚫었고, 지하철 9호선 공사도 하고 있다”며 “이중 삼중으로 지하 공사를 하는 걸 보고 우리나라 기술이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사고가 났다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사고 현장 주변 주민만 느끼는 불안이 아니다. 특히 ‘지하철 공사’가 원인일 수 있다는 소식에 서울 시민들은 익숙한 공사 풍경을 떠올리며 두려워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아무개(32)씨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사고라 더 불안하다. 지하 공사를 할 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반 안전성 검사를 더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연희동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땅꺼짐과 서울시 대책에도, 반복되는 사고에 불안은 한층 가중됐다. 서울 서대문구로 출근하는 이아무개(32)씨는 “원인을 파악해서 예방할 수 있는 문제인지 자체를 몰라 더 불안하다”고 했다.



이날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고 현장 바로 아래서 벌어진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1공구 건설공사’가 원인이 되었으리라는 추정이 많다. 사고 지점 지표면에서 11m 아래에 지하철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 터널 천장이 무너지면서 깊이 20m 정도의 대형 땅꺼짐이 발생했다. 무너진 천장을 통해 터널 안쪽으로 토사 약 6480t이 쏟아져 내렸다. 이재혁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토목부장은 “사고 지점과 터널 공사 굴착 지점이 거의 일치한다”며 “현재 지하철 공사와 사고의 연관성을 100%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향후 정밀 검사를 통해 원인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고 현장 주변에 있는 한영중·고등학교, 한영외국어고등학교, 대명초등학교는 학생 안전을 우려해 학교장 재량 휴업을 시행했다. 소방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오전 10시40분께부터 인근 주유소 유류탱크에 담긴 휘발유와 경유를 모두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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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도중 땅꺼짐 현장에서 추락한 박아무개(33)씨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22분께 땅속 18m 깊이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김창섭 강동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헬멧을 쓰고 바이크 장갑을 끼고 엎드린 상태로, 거의 온전하게 발견됐다.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박씨의 구조를 기다리던 가족들은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박씨는 채무 문제로 이자를 갚기 위해,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추가로 배달 일을 했다고 한다. 박씨의 지인은 “똑똑하고 부지런한 친구”였다고 그를 기억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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