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군 단촌면 하화1리 친정 마을을찾은 안동시민이 무너진 건물을 둘러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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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산불이 영남권을 덮치면서 피해 규모 역시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국가적 역량을 모아 총력전을 펴야 할 시기에, 정치권에선 예비비 편성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 여당이 이 와중에도 ‘야당 탓’으로 일관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좌절하는 현장 안에서도 국민의힘이 정쟁을 벌이고 있다”며 “마치 예산이 삭감돼서, 예산이 없어서 산불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거짓말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올해 예산안에서 예비비를 삭감한 탓에 산불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여당 비판에 반박한 것이다.
애초 여야는 산불을 계기로 그간 중단됐던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예비비 증액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정부 예산에서 민주당이 예비비를 삭감해, 재난 대응 목적 예비비가 2조6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으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산불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재정 지원 능력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고, 그러니 먼저 야당이 이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산불 대책에 쓸 수 있는 국가 예비비가 4조8700억원에 이른다고 반박한다. 산림청 산림재해대책비와 행정안전부 재난대책비, 재난 대응 목적 예비비가 있고, 필요하다면 일종의 ‘외상액’인 국고채무부담액(1조5천억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허위 사실”이라며 재반박하고, 민주당이 또다시 반발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여야의 이런 예비비 갈등은 한순간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이재민들에게는 한가한 정치 논란일 뿐이다. 지금 그럴 여유가 어디 있나. 책임 있는 집권당이라면 야당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 등에 앞장서야 한다. 산불 피해 대응마저 정쟁화하는 모습은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8일 현재까지 피해 상황은 사망 28명, 부상 37명에 이르고, 산불이 번지면서 집을 떠났다가 귀가하지 못한 이재민은 8천여명에 이른다. 주택과 농업시설 등의 피해 규모도 늘고 있다. 산림 피해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66배에 이르며,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뛰어넘는 역대 최악의 피해로 평가된다. 향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피해 복구 재원 마련을 위해선 여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예비비 ‘남 탓’ 공방으로 입씨름할 시간에 실질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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