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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우보세] '의사' 전공의, '고졸' 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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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의정갈등이 1년 넘게 이어져오면서 휴학계를 낸 의대생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선후배와 동기들 상당수가 복귀를 선택하면서 굳건했던 단일대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도 돌아오지 않기로 결심했거나, 복귀를 망설이는 의대생도 절반에 달한다.

의대가 있는 각 대학은 마감 시한 내 돌아오지 않은 의대생들에 대해 '지우기' 작업에 돌입했다. 연세대는 학칙에 따라 21일까지 1학기 등록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날(24일) 제적(학적 말소) 예정 통보서를 보냈고, 28일 전체 재적 인원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미등록 의대생을 제적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고려대도 같은 날 문자메시지와 메일로 21일까지 등록하지 않은 의대생들에게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했다. 차의대 역시 지난 21일까지 복학하지 않은 의대생을 대상으로 전날 제적 예정 통보서를 보냈고, 경북대도 올해 1학기 등록을 하지 않는 의대생들에게 25일 제적 예정 통보를 했다.

교육부와 대학들이 돌아오지 않은 의대생들에 대한 제적 절차를 계획대로 밟아가자 철옹성 같던 의대생들의 단일대오에도 금이 갔다. 마감 시한이 임박한 의대생들은 앞선 대학들의 제적 처리 실행 여부를 지켜보며 복학원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볼 게, 서울 소재 의대(복귀율 50% 안팎)보다 지방 소재 의대생들의 복귀율이 더 저조하다는 것이다. 전남대에 따르면 현재 의대 휴학생 593명 중 2025학년도 1학기 복학 신청 최종 마감일인 24일까지 30여명만 복학을 신청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번 주 중 1학기 최종 등록을 마감하는 조선대 의대의 경우, 재적 학생 878명 중 689명이 현재 휴학 상태다. 1학기 등록 인원은 신입생을 비롯해 총 189명에 불과하다. 전체 재적 학생의 20%대를 간신히 넘겼다.

정부와 대학 측이 정한 '데드라인'이 지난 다음 달이면 각 대학에서 의대생 대규모 제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스승들도 더는 제자들을 보호할 방패막이를 잃었다. 서울의대 학장단은 25일 휴학생들에게 "27일(데드라인) 이후에는 의대 학장단의 통제를 벗어나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휴학한 의대생들은 선배들인 전공의들과 노선을 함께 이탈했다.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이어, 의대생들도 휴학원을 줄줄이 냈다. 선후배가 나란히 정부의 의대증원책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감을 가졌고, 나란히 수련병원과 학교를 떠난 것이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의대생들이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전공의가 언제까지나 그들의 '선배'로, 의대생이 언제까지나 전공의들의 '후배'로 남아있으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의사 면허를 이미 취득한 전공의로서는 수련병원을 사직했더라도 '의사'다. 실제 올 초 기준 사직 전공의 56.1%(5176명)가 의료기관에 일반의로 재취업해 돈을 벌며 의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의대생은 다르다. 1년이 지난 지금, 복학하지 않아 '제적'되면 의사 되기는커녕 이들은 '고졸' 학력자가 되고 만다.

특히 지난해 휴학한 24학번 의대생과 달리, 25학번 의대 신입생은 의정 갈등 상황을 다 알고 입학했다. 정부의 의대증원책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발표 이후에 입학한 것이므로 휴학 물결에 동참할 명분은 없다. 이제부턴 '재학' 의대생으로서 정부에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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