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시총, 25일 기준 147조 돌파
8개월 만에 LG그룹 밀어내고 그룹 시총 3위로
자동차·철강·방산株 강세로 그룹 시총 ↑
“관세 리스크 해소에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모멘텀”
“급등 후 조정세·현지화 별개 협력사 이해득실 등 고려해야”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란 내용의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신동윤 기자 제작]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치고 나선 현대자동차그룹주(株)가 강세를 보인다. 자동차·철강 부문을 그룹사의 주력으로 삼았던 만큼 ‘관세 전쟁’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단 우려가 컸지만, 오히려 최대 시장인 미국 내 영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는 점이 투심을 자극하면서다. 주가 강세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LG그룹을 제치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 3위 그룹사로 올라서기도 했다.
자동차·철강·방산株 강세로 그룹 시총 ↑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그룹 12개 상장 종목의 시총 합산액은 146조3015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144조3486억원(12개 종목)을 기록한 LG그룹을 4위로 밀어내고 삼성그룹(557조6491억원), SK그룹(234조8575억원)에 이어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022년 1월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코스피 시장 상장으로 LG그룹이 시총 2위로 뛰어오른 이후 현대차그룹은 시총 규모에서 삼성·LG·SK그룹에 밀려 줄곧 4위 자리를 유지해 왔다. 이후 2년 5개월 만인 지난해 6월 17일 현대차그룹 시총은 158조1591억원을 기록하며 155조2668억원에 그친 LG그룹을 밀어내고 3위 자리에 올라섰지만, 불과 11거래일 만인 지난해 7월 2일 다시 3위 자리를 LG그룹에 내줬다. 현대차그룹이 시총 3위로 복귀한 것은 8개월 만이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도 현대차그룹 시총은 147조2308억원으로 삼성그룹(551조8712억원), SK그룹(232조1161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LG그룹 시총은 144조8198억원에 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개최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 발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로이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간 그룹 시총 증가세를 이끈 종목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준비한 ‘트럼프 맞춤형 투자 선물’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향후 4년간 210억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자동차 생산 분야에 86억달러가 투입되며, 부품·물류·철강 분야에 61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 63억달러가 들어간다. 구체적 내용으론 ▷미 조지아주 서배너 소재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생산 능력 연간 50만대까지 확대 ▷기존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설비 효율화 ▷미국 내 자동차 강판 공급망의 자립성과 안전망 향상을 위한 연간 270만t 규모 현대제철 전기로 제철소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자율주행·로봇· 인공지능(AI)·미래항공모빌리티(AAM) 미래 산업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에너지 분야 투자 등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를 무기로 리쇼어링(생산 시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적극 유도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준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차그룹이란 점도 향후 관세 부과 과정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기대한다.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개최한 현대차그룹 투자 발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으로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는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행사 후 ‘현대차가 다른 자동차 제조사의 대미(對美) 투자 청사진인가’란 취재진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한국에 관세 자체를 물리지 않겠다는 의미보단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가 없다는 점에 방점이 찍힌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면서도 “상황별, 국가별로 상호 관세 및 품목 관세에 대한 ‘유연성’을 시사하고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현대차그룹의 대형 투자는 분명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24년 한국 포함 기타 거점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 기준 현대차 66만3000대, 기아 47만6000대에 부과될 우려가 있었던 약 1조5000억~1조8000억원 내외의 보편 관세 리스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국 기업일지라도 (멕시코·캐나다 등) 해외에서 미국으로 수입하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의 각각 117만6000대, 39만6000대 차량이 관세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방산주 현대로템(15.93%), 현대위아(14.02%) 등의 주가 상승세도 현대차그룹 시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글로벌 관세 전쟁의 압박에 ‘저평가’ 국면을 벗어날 수 없었던 현대차그룹주로선 이번 대미 투자를 통해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모멘텀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31조원 투자 결정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됐던 관세 우려가 해빙 국면을 맞이했다”면서 “현대차그룹주의 기업가치 훼손 이슈는 모두 회복됐다”고 호평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재 57% 수준이던 미국 판매량 중 현지 생산 비중을 70% 이상까지 확대한다는 점을 통해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확대하고,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미국 현지에 제철소를 건설하는 것도 25% 수준으로 부과된 철강 관세를 회피하는 단기적 효과를 넘어 중장기적으론 물류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광래 연구원은 “관세 회피와 물류비 절감 등으로 현대차그룹은 연간 10억달러 수준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현대차의 대미 투자 내용 중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부분은 자율주행·로봇·AI·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내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슈퍼널·모셔널 등의 사업화에도 속도감을 더할 것이란 평가다.
앞서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 시 몸값을 최소 3조원에서 최대 30조원으로 추정했다. 송선재 연구원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성장을 통해 정의선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과 정의선 회장이 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이 밖에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가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선 속도를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대미 투자를 감행한 이후에도 자사주 매입 강화 등 주주환원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이어지는 점도 현대차그룹주의 중장기적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관세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보다 투자 확대로 비용을 줄이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주주환원 정책에는 영향이 없을 전망이며 미국의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그동안 각각 밝힌 총주주환원율 35%·35%·30% 이행을 위한 배당과 자사주 매입 스케줄에 따라 주가 하방 견고함 지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현대차 기아 현재 주가는 4월 초 전후로 집중된 관세 정책 등 주가 변곡점에 대한 부정적 이슈를 충분히 반영한 구간인 만큼 비중 확대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주가 단기 급등세를 보인 만큼 조정세 등을 고려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단 조언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 등은 현지화 어려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장중 하락 전화했다”며 “최전방 기업인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화 전략과 별개로 협력사들의 이해득실은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