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과거 춘제(春节, 춘절, 음력 설)외에는 전통 명절을 다소 소홀히 여겨왔으나 베이징올림픽의 해인 2008년 부터 청명과 단오, 중추절(추석)을 하루짜리 공휴일로 정해 통상 앞뒤 주말을 합쳐 3일 짜리 연휴로 쉬고 있다.
중국이 청명절 같은 옛날 절일을 기념하게 된 배경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전통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무렵 한국이 강릉단오제를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전통 문화 유산에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켰다는 얘기가 있다.
청명절기에 접어들면 봄기운이 완연하고 들과 산에 꽃이 피고 새싹이 돋는다. 산에는 노란 생강나무꽃과 분홍색 진달래가 꽃봉우리를 틔우고 마을 어귀에는 살구꽃과 봉숭아꽃이 흐드러진다.
대지를 밟고 꽃구경하며 따뜻한 봄기운을 즐기는 청명절 '답청상화'의 원조격 인물은 당나라때 시인 두목이다. 시인 두목은 청명절기 산시(山西)성으로 봄나들이를 겸한 원행에 나섰는데 이때 어느 산골마을을 지나면서 '칭밍(淸明, 청명)'이라는 제목의 시 한수를 남겼다.
청명절기에 봄비 부슬부슬 내리고,
산허리 오르는 나그네 발걸음 고단하네.
묻노니 여기 주막이 어디인가.
목동이 손짓하여 싱화촌을 가리키네.
(淸明時節雨紛紛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두목이 남긴 시 청명은 시를 지은 때가 연분홍 하얀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날 이었다고 해서 '봄날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 천년 세월을 뛰어넘어 전 중국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청명'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당시(唐詩)중 열 손가락안에 들 정도다.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2025.03.26 chk@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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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절기와 살구꽃 피는 봄날 주막의 서정을 노래한 두목의 시 '청명' 덕분에 산시성 싱화(杏花)촌 마을은 미주(美酒) 생산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싱화촌 양조장에서 빚어지던 평범한 동네 술은 펀주(汾酒)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명주가 됐다. 펀주는 중국의 8대 명주이며 중국 증시 백주 업종 시가총액 4위권에 든다.
후세 중국인들은 이 에피소드에 대해 천재 시인 두목을 폄하하는 얘기라기보다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명주에 바치는 헌사쯤으로 받아들이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논쟁처럼 구태여 시비를 가리려 하지 않는다.
지금와서 펀주로 청명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되는지, 청명이라는 시를 통해 펀주가 유명해졌는지는 가릴 수 없다. 분명한건 청명절에 길을 떠난 '나그네'는 날이 저문 가운데 부슬 부슬 봄비를 맞으며 싱화촌 주막의 사립문을 들어섰다. 연분홍 빛 살구꽃은 봄비에 떨어져 주막의 마당을 하얗게 적셨을 것이다.
두목은 그날 저녁 살구꽃 마을 따뜻한 주막방에 들어 펀주 한 잔으로 여로의 노독을 풀었을 것이다. 두목의 시 청명과 싱화촌 펀주는 아름다운 선율로서, 또 촉촉이 목줄기를 적시는 감미로움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세상 사람들을 매료시켜왔다.
경제침체로 내수가 위축됐다고 하지만 올해 청명절 연휴에도 기차와 항공기, 배편으로 이동에 나서거나 교외 관광지를 찾아나설 나들이 여행객 수요가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라고 교통 당국과 여행업계는 밝히고 있다. 요며칠 증시에서는 청명 특수 기대감에 항공 호텔 등 여행관련주가 들썩이고 있다.
벌써부터 인터넷 여행사이트에 청명절 소황금주 기간 인기 노선 항공 예약과 철도 예약이 폭주하고 인기 여행지 호텔 예약이 매진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철도 당국은 청명절 기간 이용할 기차표가 벌써 1600만장이나 팔렸다고 밝혔다.
당국이 청명절을 앞두고 '이구환신(以旧换新, 보조금 지급으로 소비를 부양함)' 범위를 스마트폰 자동차 외에 관광 서비스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하자 청명절 나들이 열기는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교통 당국은 여행소비 촉진을 위해 주요 고속도로 톨게이트비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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