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국 주재 대사 지명자 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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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 보도를 문제 삼아 주류 언론과 각을 세워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언론 혐오가 미 공영방송으로 옮겨붙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대외 선전 방송을 멈춰 세운 데 이어 자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공영방송에도 칼질을 예고한 것이다. 다만 절차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일방적 행정이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사법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NPR)와 공영방송서비스(PBS)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단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국 주재 대사 지명자 간담회 자리에서 ‘두 매체 지원 중단에 동의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두 공영매체의 ‘불공정성’을 언급하며 “낭비되는 돈이 많고, 매우 편향적 시각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NPR은 전체 예산의 약 1%, PBS는 약 16%를 연방정부에서 지원받는다. 두 방송은 당파성이 옅고 객관적인 보도로 오랜 기간 미국 사회에서 신뢰를 받아왔다.
미국의소리(VOA) 인력 감축 및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시민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VOA 건물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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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RFA에 이어 공산국가 쿠바 관련 뉴스를 만들어온 선전 방송도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이애미에 사무실을 둔 ‘라디오 마르티’가 정부 예산 집행 중단 행정명령에 따라 해체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983년 설립된 라디오 마르티는 쿠바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뉴스를 쿠바에 송출해오면서 ‘냉전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쿠바의 정치 지도자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는 이 방송 송출을 막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NYT는 “카스트로 형제가 40년 동안 못했던 일을 트럼프 대통령이 순식간에 해냈다”고 평가했다.
“어느 매체죠” 질문 후 “그럴 줄 알았다” 면박
기성 언론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감은 기관 폐쇄와 예산 삭감에 국한되지 않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백악관 취재를 담당하는 AP통신 기자들이 취재 불허 통보를 받은 후 한 달 반째 출입과 취재를 거부당하면서도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꿔쓰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고 멕시코만을 계속 쓴다는 이유로 지난달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했다. 같은 달 NYT와 NPR, NBC 방송과 폴리티코 등 언론사 4곳이 국방부 기자실에서 ‘매체 순환’을 이유로 쫓겨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론 탄압이 사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폴리티코는 이날 법원이 ‘자유유럽방송/자유방송(RFE/RL)’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일방적으로 끊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는 위법하다며 자금 지원재개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VOA 소속 직원들과 AP통신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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