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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1시간 32분 만에 눈 뜬 이재명…‘무죄’ 선고하자 꾸벅 목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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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무죄

1시간 30분 동안 눈감고 선고 경청

무죄 확실시 되자 눈떠…일어나 목례

李 지지자들 “대통령” 환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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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3월 26일 오후 2시 5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 6-2부(부장 최은정·이예슬·정재오)가 법정으로 들어섰다. 이 대표는 긴장한 표정을 감추기 위해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1심에서 일부 유죄가 나왔던 ‘김문기 발언’ 일부가 무죄가 되고, 백현동 발언 또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는 재판장의 설명이 이어지자 이 대표의 몸이 서서히 대각선에 앉은 재판부를 향해 돌아갔다.

오후 3시 35분, 재판장이 주문을 읽을 채비를 마치자 이 대표가 1시간 32분 내내 감고 있던 눈을 비로소 떴다. 재판장 최은정 고법판사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재판부가 들어가자 이 대표는 옆자리에 앉은 변호인단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표는 선고 후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판결해 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당연한 일을 이끌어내는데 많은 에너지와 국가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에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었겠느냐”며 “검찰이 자신을 돌아보고 더 이상 국력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을 둘러싼 이 대표 지지자들은 항소심 선고 결과가 전해지자 “와!”하는 소리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을 외치며 환호했다.

‘김문기 몰랐다’, ‘골프 발언’ 모두 무죄
이 대표가 기사회생했다.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으로 피선거권을 10년 동안 박탈될 위기에 처했으나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故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과 ‘백현동 용도부지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라는 발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혐의는 크게 2가지다. 첫 번째는 이 대표가 2021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4차례 언론 인터뷰에서 故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에 대해 언론에 출연해 4차례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는 몰랐다”고 말한 내용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허위발언을 특정해 달라는 취지였다. 검찰은 이 대표의 개별 발언들이 ①성남시장 재직 때 김문기가 하위직원이어서 몰랐다 ②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친 적이 없다 ③경기도지사가 된 뒤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으면서 김문기를 알게 됐고 통화만 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했다고 정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러 언론인터뷰에서 한 말들을 해석해 각 공소사실로 연결 지은 뒤 모든 발언을 허위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①에 해당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변한 것은 ‘인식’에 관한 것”이라며 “이에 해당하는 발언은 검사의 주장처럼 교유행위에 대한 거짓말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몰랐다’는 취지로 한 발언들이 故 김 전 처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출장을 함께 가는 등 모든 교유행위를 부인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②로 요약한 이른바 ‘골프 발언’도 무죄로 봤다. 이 대표는 2015년 1월 故김 전 처장 등 성남시 관계자들과 포함해 다녀온 호주·뉴질랜드 출장 중 찍힌 사진을 국민의힘이 공개하자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다. 조작이다”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진과 함께 제기던 의혹이 조작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 허위 사실”이라고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전체 발언을 보면 ‘김문기를 몰랐느냐’라는 질문에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는 것을 부연 설명하면서,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자신의 반박 논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독자적인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이 ‘조작됐다’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진이 조작돼 김문기와 골프 친 사진이 아니다’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다른 해석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소사실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를 반영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모두 유죄 백현동 발언도 뒤집혀
두 번째는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 발언이다. 2014~2015년 성남시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 개발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특혜를 주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안 해 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백현동 발언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용도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이다.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정반대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국토부로부터 받은 압박을 과장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고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종적으로 백현동 용도지역을 변경하게 된 원인은 국토부의 ‘법률상 요구’라고 봐야 한다. 피고인이 임의적으로 부지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해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어쩔 수 없이’라는 표현이 허위라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협박’이라는 표현은 피고인의 행위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서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 행위의 주체는 국토부 공무원들이지 피고인이 아니다.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며 “상당한 정도의 압박을 과장해 표현했다고 볼 수는 있으나 허위사실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의 협박이 백현동 용도 변경이라는 피고인의 행위의 원인이 되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발언들은 (국토부의)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줬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와 관련된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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