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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 감축에 ‘역대 최소’ 생산…‘수급 불안·식량안보 위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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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가량 줄어 344만t 전망
재배면적 8만ha 감축 정책 영향

기상악화 겹치면 생산 더 감소
상승세인 쌀 가격 더 오를 수도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정책으로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4%가량 감소해 역대 최소가 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 전망이 나왔다. 정부의 무리한 감축 추진이 쌀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쌀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을 키우고,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농업관측센터가 26일 공개한 ‘농업관측 4월호’를 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44만t으로 지난해(358만5000t)보다 14만5000t(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통계청이 미곡 생산량 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이는 기존에 쌀농사를 짓던 농가의 올해 벼 재배 의향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통계청과 농업관측센터가 지난 6~12일 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벼 재배면적(재배 의향 면적)은 66만3000㏊(헥타르·1㏊=1만㎡)로 추산돼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작았다. 지난해(69만8000㏊)보다 5.0% 줄어들어 감소폭도 역대 가장 컸다. 기존 벼 재배에서 논콩, 조사료, 가루쌀 등 전략작물 재배로 전환하거나 휴경을 하겠다고 응답한 농가가 많았다는 의미다. 농경연은 이같이 추산한 면적에 최근 5년간 평균 쌀 생산단수 10a(1000㎡)당 생산량(518㎏)을 적용해 올해 쌀 생산량을 산출했다.

농가의 벼 재배 의향이 줄어드는 배경에는 정부가 쌀 과잉공급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추진 중인 올해 ‘벼 재배면적 8만㏊ 감축’ 정책이 깔려 있다.

올해 감축 면적은 지난해 벼 재배면적(69만8000㏊)의 11%로, 여의도(290㏊)의 276배 규모다. 지방자치단체에는 지난해 쌀 생산량을 기준으로 올해 감축 목표치가 할당된 상태다.

지난해처럼 작황 부진과 기상 악화 등이 겹치면 쌀 생산량은 더 쪼그라들 수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에서 2024년 쌀 생산량이 2023년(370만t)보다 1.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비슷한 시기에 벼멸구 피해가 전국적으로 커지면서 감소폭이 전년 대비 3.2%로 확대됐다.

생산량이 크게 줄면 향후 쌀 가격이 상승하고 수급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산지 쌀값(80㎏ 한 가마)은 지난해 말 18만4700원에서 지난 15일 기준 19만2848원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정부 목표가격인 20만원에 근접해 있다. 쌀 공급이 줄어드는 7~9월을 거치면 쌀값은 더 오를 수 있다. 농경연도 최근 관련 보고서에서 “‘벼 재배면적 감축’ 영향으로 쌀 생산이 줄어 가격이 오르고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식량안보 측면에서도 우려가 커진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세계 각국은 다가올 식량위기에 대비해 자급 능력을 키우려고 애쓰는데 우리 정부는 강압적인 방식으로 농민의 영농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정부의 무리한 재배면적 감축이 결국엔 쌀 수급 불안을 키우고, 식량안보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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