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속도 내는 한강 부촌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로 불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재개발촉진지구(한남뉴타운) 사업이 퍼즐 조각을 착착 맞춰가고 있다. 사업이 빠른 구역은 일반분양을 앞뒀고,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가 한창인 구역도 있다. 뉴타운에서 해제됐던 구역은 우여곡절 끝에 재개발 대열에 합류했다. 한강변 고급 주거 단지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최근에는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단지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는데 아파트 단지가 아닌 한남뉴타운은 이를 비껴가면서 반사이익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한남뉴타운은 서울 용산구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5개 구역 중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한 한남2~5구역 4곳에서만 재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다 최근 한남1구역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한남뉴타운 사업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대지 4만4034.94㎡ 규모의 한남1구역은 2003년 한남뉴타운이 서울시 2차 뉴타운으로 지정됐을 때부터 재개발 논의가 시작된 곳이다. 이태원 상권이 가깝고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역세권이라 사업 기대감이 컸다. 2009년 한남1구역으로 금을 그어놓고 2011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까지 받았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이번에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한남1구역은 다시 재개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단 한남1구역 부지면적은 앞서 신통기획 신청 때보다 20%가량 줄어든 4만4034㎡다. 아직 주택공급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약 800~900여가구를 짓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원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뉴타운 사업을 반대한 상가 소유주를 제외하고 진행한 덕분에 동의율이 높아진 만큼 과거보다는 원활하게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남1구역은 올 상반기 내에 용역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신속통합기획과 정비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하게 된다. 정비 업계에서는 한남1구역에 930여가구가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구역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뉴타운에서 해제됐던 한남1구역이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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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됐던 1구역, 재추진 물꼬
늦게나마 재개발에 합류한 1구역 외에도 한남뉴타운2~5구역은 그간 재개발 사업에 꽤 진척을 보였다.
올 초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낙점한 한남4구역은 오는 3월 29일 사업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정기총회를 연다. 사업시행계획인가는 재개발 계획을 시장이나 구청장이 인가하는 행정 절차다. 이 절차를 통과하면 정비사업의 8부 능선은 넘은 것으로 본다.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258㎡ 규모인 한남4구역은 한남뉴타운 5개 구역 가운데 대지면적은 가장 작지만 일반분양할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새로 지을 총 2331가구 가운데 1166가구가 조합원 물량이고, 공공임대주택도 350가구 포함됐다. 3월 말 열리는 총회에서는 이 계획에 대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는 것이 관건이다.
한남2구역은 지난해 말 용산구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놨다. 올 상반기 안으로 승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광동 일대 11만5005㎡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아파트 31개동 1537가구를 새로 짓는 한남2구역은 다른 구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합원 수가 적어 일반분양 비율이 45%로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만큼 사업성도 높다.
다만 이른바 ‘118프로젝트’가 무산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한남뉴타운은 남산 경관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해발 고도 90m 이하’ 높이 제한을 받는다. 한남뉴타운에서도 지대가 높은 1·2구역에 특히 불리한 조건이다. 수주전 당시 대우건설은 기존 고도 제한 90m(14층)를 118m(21층)까지 완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일부 조합원이 공약 미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원했지만 사업이 지연돼 사업성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가 유지됐다.
사업 규모가 가장 크고 속도도 가장 빠른 곳은 한남3구역(한남동 38만6364㎡)이다. 2023년 6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데 이어 올 2월 말부터 철거 작업에 돌입했다. 2003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된 지 22년 만이다. 철거를 마친 뒤에는 2029년 입주를 목표로 2026년 착공할 예정이다.
어쨌든 구역 대부분이 사업에 진척을 보이면서 한남뉴타운 대지지분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대지지분에 따라, 또 구역별로 장단점도 각각 다르지만 사업 속도나 입지, 한강 조망, 사업성 등 각각의 이유로 모든 구역 지분 가격이 비슷하게 오르는 추세다. 3구역에서는 전용 137㎡와 전용 51㎡ 두 채를 배정받을 수 있는 매물이 44억원에 나와 있다. 한남3구역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4000만~4500만원 선으로 전용 84㎡ 기준 14억7000만~14억8000만원 정도인 점, 일반분양가는 3.3㎡당 7000만~7500만원(전용 84㎡ 기준 24억~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해 책정된 호가다. 2구역에서는 전용 84㎡를 배정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이 28억원에 나와 있다. 이 매물 감정가액이 10억5000만원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웃돈만 17억원 넘게 붙은 셈이다.
다만 수십억원의 웃돈이 붙은 만큼 거래는 주춤한 상황이다. 한남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많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실거래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며 “소유주도 시세를 확인하는 문의만 해올 뿐”이라고 전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한남뉴타운은 초기 투자금이 10억~20억원도 필요해진 재개발 구역이라 단기 시세차익용 투자보다는 실거주할 ‘똘똘한 한 채’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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