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두는 마음에
복스러운 미소
花(はな)びらを置(お)くここちして福笑(ふくわら)ひ
지난 세기 세계 전쟁은 경제 불황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합심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라고 외쳐 보지만, 어차피 자기 편이 지는 건 죽기보다 싫겠지. 그래도 꽃은 피고, 아이들은 태어나고, 나는 하이쿠를 뒤적인다. 슬프지만, 슬프니까, 아름다운 것을 보자. 그래야 인간은 살아갈 힘을 얻으니. 작고 여린 것을 밟아 뭉개지 말고, 고이 거두어 담자. 그 귀엽고 예쁜 것을 보며, 그때만큼은 미소를 짓자. 봄날 꽃잎을 꼭 닮은, 복스러운 미소를.
일본도 요즘 마냥 웃기만은 어려운 시절이다. 코로나 때 대량으로 쌀이 남아 쌀값 폭락을 막으려고 정부가 쌀 생산량을 억제했는데, 작년 무더위로 쌀 품질이 낮아지는 바람에 쌀 부족 현상이 일어 현재 쌀값이 두 배 이상 폭등했다. 2000엔 주고 사던 쌀을 4000엔, 5000엔 주고 사야 하는 거다. 서민들은 하루에 세 끼 먹던 밥을 두 끼나 한 끼로 줄여야 할 판이라며 울상이다. 전국에서 데모까지 일고 있다.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언제나 가장 두려움에 떠는 건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하나라도 어긋나면 우리 얼굴은 삐뚤어진다. 부디 여린 꽃잎들을 고이고이 거두어가며, 우리 모두 슬기롭게 이 위기를 헤쳐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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