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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의 뷰포인트]국제통화질서 흔드는 트럼프, 그 파장의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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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약세·제조업 부흥 노려

외국 보유 美국채 매각 유도

韓 경제·안보에 중대한 영향

아시아경제

최근 국제경제에서 화제가 된 용어가 '마러라고 합의'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이자 리조트 이름인 마러라고에 합의를 결합한 것인데, 플라자 합의와 같이 국제통화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온 국제적 합의를 연상케 한다. 실제 합의라기보다는 미국이 원하는 합의 시안이라고 할 것이다. 이 시안의 주요 내용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스티브 미란이 발표한 '국제무역체제의 구조 개편을 위한 사용설명서'란 제목의 보고서에 담겨 있다.

스티브 미란에게 큰 영향을 미친 학자는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 마이클 페티스다. 그는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이롭기보다는 해롭다고 진단한다. 자본유입으로 달러가치가 높아지고, 지나친 금융화를 초래하며, 미국 제조업을 공동화시킨다고 분석한다. 페티스는 그래서 세금 같은 방법으로 이를 제약하는 게 미국에 이롭다고 제안한다. 수년 전 민주당 상원의원 태미 볼드윈 등은 자본유입에 대한 과세,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약달러 정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세계의 주요 무역은 달러로 이뤄졌다. 그 결과 미국은 세계의 무역상대국에 준비통화(미 달러)와 준비자산(미 국채)을 계속 공급했다. 미국은 준비통화인 달러로 이익을 얻었고, 이는 과도한 특권이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준비통화 공급국인 미국의 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를 수반했다. 미국은 거액의 대외차입으로 거액의 군사 지출을 하고, 서방의 정치 및 경제 안정에 기여했다. 미국 이외의 여러 나라와 기업은 미국에 수출을 늘려, 이익을 얻고 고용을 창출했다. 그 이면에 미국 제조업은 공동화되고 고용은 감소했다. 미국은 달러채권을 손쉽게 발행해 과대소비를 했지만, 부채는 고스란히 남았다. 미국의 채권을 구입한 외국은 이자를 받았지만, 이제 미국 부채의 이자 비용이 군사비를 초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미국 이외의 나라도 자유무역과 안전보장의 이익에 관해 응분의 부담을 해야 한다고 인식한다. 부담 방법은 각국이 군사지출을 늘리고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에 협조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달러 약세화 정책 및 재정적자 축소에 협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지금까지의 국제통화질서를 인위적으로 재조정하려고 한다.

미란의 보고서에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의 통화당국이 보유하는 외화준비 대부분을 매각하도록 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금리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외국 통화당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100년물 할인국채로 교환하는 파격적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외국의 정책협조를 이끌기 위한 방법으로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것 말고도, 미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 우산으로부터 제외, Fed가 제공하는 스와프라인으로부터 제외 등이 쓰일 수 있다.

만약 외국의 협력이 여의찮으면 미국 단독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 한다. 외국 통화당국이 외화준비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미 국채 이자지급액 중 일부를 수수료로 징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Fed가 협력할지가 변수이긴 하지만 Fed가 외환시장에서 직접 개입해 달러 약세를 조성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해 제조업을 육성하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수입을 줄이고, 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 시도에 외국의 자발적 협력이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정부의 거센 행보는 안보와 경제면에서 특히 관계가 깊은 우리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동기 '달러의 힘' 저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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