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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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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제재 해제, 우크라서 철수해야”···러 시간끌기 속 휴전은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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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서방 제재 해제 합의이행 전제로 걸었지만

EU “우크라서 조건 없이 철수하라”

트럼프 “러시아가 질질 끄는 것일 수도”

유럽정상 30여명 모여 우크라 지원 논의

우크라이나에서 제공한 이 사진에서 소방관들이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화재를 진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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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해상 휴전과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을 골자로 한 ‘부분 휴전’에 동의했지만, 러시아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전제 조건을 내걸면서 휴전까지 가는 길은 지난해 보인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해제를 선결 조건으로 걸었지만,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공격 중단 전까지 그럴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 협상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며 러시아의 지연 전략에 말려든 것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타 히퍼 EU 외교안보담당 수석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입장문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당한 침략이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조건 없이 철수하는 것이 대러시아 제재를 개정·해제하는 주요 전제 조건”이라고 밝혔다. 히퍼 대변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부분 휴전 합의는 환영한다면서도 “러시아는 불법적이며 정당한 이유 없는 침략 전쟁을 끝내려는 진정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러시아는 말이 아닌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이 말해준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를 이루려는 우리의 목표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5일 우크라이나와 흑해 해상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부분 휴전에 동의했다면서도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농산물 수출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뒤 국제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재연결해야 합의의 효력이 생긴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EU가 러시아의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3000억달러(약 439조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들을 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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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퍼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제재를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는 것이 여전히 EU의 주안점”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제재 해제가 유럽에 달려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서양 건너에 있는 파트너(유럽)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26일 주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거세게 밀어붙여 내놓은 부분 휴전 합의안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유럽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유럽을 향해 적대적인 발언을 내놓고 러시아와 밀착하며 대서양 동맹에 균열이 커진 가운데 합의안 이행은 요원해 보인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드물게 자신이 부딪힌 난관을 인정했다. 25일 미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휴전 협상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나도 그것(협상)을 수년 동안 해왔다. 계약서에 서명하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게임에 계속 머물기를 원하는 것 말이다. 어쩌면 그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장관은 2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제재 해제와 관련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재 완화가 “러시아 지도부의 다음 행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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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유럽정상회의 참여를 위해 프랑스 파리를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에 “강력히 맞서기를 바란다”며 미국이 합의 이행을 위해 러시아를 압박해줄 것을 희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밤사이 117개의 무인기(드론)를 우크라이나로 발사했다며 “러시아가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세계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에 있는 가스 저장 시설 등을 드론으로 공격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은 27일 파리에서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 주요국가 정상들과 유럽연합 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2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20억유로(약 3조원)의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편에 굳건히 서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 ‘흑해 휴전’ 첫발 뗐지만…러, ‘곡물 수출 제재 해제’ 등 이견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62135005



☞ 채팅방에서 드러난 미국의 유럽 ‘뒷담화’···“한심하다” 발언에 유럽 분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6161901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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