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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사설] 초대형 재난 된 산불, 대응 체계 전면 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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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28명이 숨졌다. 이재민은 3만7000여 명에 달한다. 피해 산림 면적도 3만6000ha로 역대 최악이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 피해 면적(2만3794ha)을 훌쩍 넘어섰다.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었고, 의성 산불은 27일 안동 시내 2km 부근까지 번지기도 했다. 초대형 국가 재난이다.

입산객 실화로 시작된 의성 산불이 안동·영양·청송·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데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이 크다. 의성 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km로 역대 최고 속도라고 한다. 2019년 강원 속초·고성 지역 산불 확산 속도가 시간당 5.2km로 이제껏 가장 빨랐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건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런 강풍까지 부니 속수무책이다.

국내 산불은 이미 ‘연중화·대형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은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산불 피해 면적도 연평균 1112ha에서 8369ha로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봄·가을철 산불조심 기간 외에 발생한 산불 발생 비율도 28%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 대응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진화 대원들이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대형 화재에 맞설 장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초기 대응 실패는 이 때문이다. 산불은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 헬기를 이용해 초기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산불 진화 헬기는 중소형 기종이 대부분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 경북 의성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는데 조종사 나이가 73세였다. 지금 60대 이상인 산불 진화 대원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헬기를 확충하고 소방 인력 보강과 훈련이 필요하다. 산간 지역 고령자들을 위한 조기 경보와 대피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농촌 불법 소각, 성묘나 등산객 실화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 근절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더 잦아지고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에 맞춰 산불 대응 시스템도 다시 짜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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