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객 실화로 시작된 의성 산불이 안동·영양·청송·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데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이 크다. 의성 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km로 역대 최고 속도라고 한다. 2019년 강원 속초·고성 지역 산불 확산 속도가 시간당 5.2km로 이제껏 가장 빨랐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건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런 강풍까지 부니 속수무책이다.
국내 산불은 이미 ‘연중화·대형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은 2020년대(2020~2023년) 들어 연평균 580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산불 피해 면적도 연평균 1112ha에서 8369ha로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봄·가을철 산불조심 기간 외에 발생한 산불 발생 비율도 28%에 달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 대응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진화 대원들이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대형 화재에 맞설 장비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초기 대응 실패는 이 때문이다. 산불은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 헬기를 이용해 초기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산불 진화 헬기는 중소형 기종이 대부분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50대 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더 잦아지고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에 맞춰 산불 대응 시스템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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