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34억 년 전 은하서 온 빛… 우주 진화의 비밀 밝히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덴마크 연구팀, 네이처 공개

‘암흑기 우주’ 끝낸 재이온화… 거대 우주 구조에 기여했지만

발생 증거-시점 등 파악 못해… 제임스웹이 포착한 은하의 빛

3억3000만 살 우주 현상 암시… 당시 재이온화 상태 증거 나와

현대 우주 표준모형은 약 137억 년 전 대폭발인 ‘빅뱅’을 시작으로 우주가 급격히 팽창하며 어떻게 진화했는지 설명한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빅뱅 직후 뜨거웠던 우주는 점차 식다가 ‘재이온화(reionization)’라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우주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의 재이온화는 거대한 우주 구조 형성에 기여한 주요 전환점이지만 언제 이뤄졌는지는 불명확했다. 과학자들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활용해 빅뱅이 일어난 지 3억3000만 년 후인 우주 초기 은하를 관찰하고 재이온화의 증거를 발견했다.

요리스 비트스톡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보어 연구소 우주여명센터(DAWN) 연구원 팀은 약 134억 년 전의 우주 초기 은하인 ‘JADES-GS-z13-1-LA’에서 우주의 암흑기를 끝낸 재이온화 신호를 감지하고 연구 결과를 2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빅뱅 이후 우주는 매우 뜨거웠다. 이 때문에 에너지가 커진 물질은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분리된 ‘이온화’ 상태였다. 이후 우주가 식으면서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해 전기적으로 중성인 수소(H)와 헬륨(He)을 주로 만들어 냈다. 이를 재결합 단계라고 부른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수소(중성 수소)는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다. 별이나 은하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당시 우주에서 발생한 빛은 우주를 가득 채운 중성 수소에 흡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빛이 지구까지 도달해 관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중성 수소가 가득했던 시기를 ‘우주의 암흑기’라고 명명했다.

중력의 작용으로 가스가 뭉쳐 만들어진 우주 초기 별들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서 강력한 자외선을 방출했다. 자외선은 주변의 중성 수소를 이온화한다. 이처럼 다시 이온화된 물질이 많아지는 사건을 ‘우주의 재이온화’라고 부른다.

이온화된 수소는 중성 수소보다 빛을 덜 흡수하기 때문에 재이온화 이후 우주는 오늘날 지구에서 관측 가능한 형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이온화는 현재의 거대 우주 구조 형성에도 기여한 우주 진화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지지만 재이온화의 시작 시점은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다.

지난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서 약 134억 광년 떨어진 JADES-GS-z13-1-LA 은하를 발견했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한 거리로 134억 년 전의 빛이 지구에 도달한 것이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 년이다. 지구에서 본 JADES-GS-z13-1-LA 은하는 우주가 3억3000만 살일 때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연구팀은 JADES-GS-z13-1-LA 은하가 방출한 빛을 분석해 ‘라이만-α’ 광자(빛의 입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라이만-α 광자는 중성 수소의 에너지가 높아졌다가 다시 가장 낮은 에너지 준위로 돌아올 때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별과 은하가 중성 수소의 에너지를 높이기에 충분한 자외선을 생성했고 방출된 라이만-α 광자가 지구에 도달할 때까지 다시 흡수할 중성 수소가 우주에 거의 없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억3000만 살의 우주가 재이온화 상태라는 증거를 발견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 재이온화의 시작 시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재이온화의 원인은 거대하고 뜨거운 별이나 초대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는 JWST로 관측한 역대 가장 먼 은하에서 산소의 존재가 확인돼 과학자들의 기존 예측을 뒤엎기도 했다. 미셸 트렌티 호주 멜버른대 물리학과 교수는 “JWST가 초기 우주에 대한 이론적 모델에서 예측된 것보다 다양한 은하를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이온화(reionization)
빅뱅 직후 뜨거웠던 우주의 물질은 대부분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화 상태였다가 점차 식으면서 전기적으로 중성인 수소(H) 등을 만들었다. 이후 가스가 뭉쳐 만들어진 초기 별들이 강력한 자외선을 방출해 중성 수소를 다시 이온화했다. 이 과정을 우주의 재이온화라고 부른다. 재이온화는 우주 진화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