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쿄→서베를린→동베를린→모스크바→평양
우회 루트 확인
외신 대응 여론전 흔적도
비공개 처리 사유 ‘개인정보’라더니, 막상 보니 없어
지난 1989년 12월 임종석 당시 전대협의장이 임수경씨를 북에 보낸 혐의로 경희대에서 검거돼 구속 수감되는 모습(사진 왼쪽), 지난 1989년 8월 20일 밀입북 후 돌아와 경찰에 구속돼 연행되고 있는 임수경씨의 모습.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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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지난 2020년 3월 국민의 알 권리에 따라 1989년 작성된 외교문서 24만쪽을 공개하면서 사전 고지 없이 비공개 처리했던 ‘임수경 밀입북’ 문서가 5년 만에 재심의를 통과해 28일 공개됐다.
2020년 당시 야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의 ‘친북 행적’이 재조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교부가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임수경 밀입북 사건은 당시 전대협 회장이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주도한 것이어서 논란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외교부도 기자단 질의에 “그런 문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다 “다시 보니 있긴 한데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보니 문제 있는 ‘개인 정보’는 없었다.
이날 공개된 1989년도 외교문서를 보면, 당시 한국외대 학생이던 임수경씨가 ‘서울→도쿄→서베를린→동베를린→모스크바→평양’의 우회 루트를 이용해 밀입북한 경위가 상세히 확인된다.
1989년 작성된 임수경 밀입북 관련 외교문서. 36년만인 28일 외교부가 공개했다. /외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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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이 캐나다 등 제3국을 경유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외무부(외교부의 당시 이름)가 캐나다 외무부 북아과 한국담당관에게 임수경의 인적사항 등을 제공해 수상한 움직임이 파악되면 연락을 달라고 하는 등 협조 요청을 하는 외교문서도 있었다. 한국 해외 각 공관이 밀입북 사건과 관련 주재국 언론의 문의 시 답할 입장문을 정해놓는 등 여론 대응을 준비한 상황도 담겼다.
문서를 보면, 유엔사는 당시 “정전협정 제1조 7항에 따르면 한국 허가 없이는 어떤 사람도 비무장지대를 거쳐 한국 영토로 출입할 수 없다”면서 임수경의 판문점 일방 통과는 명백하고 의도적인 도발 행위라고 항의했다.
이에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한변(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의 행정 소송도 이어져 5년 만에 임수경 밀입북 문서가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나마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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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교부 차관은 “매년 국민의알권리를 위해 과거의 외교문서를 해제하는데, 정치적 의도를 갖고 해제 여부를 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외교문서 해제 심의 위원회의 구성원을 보다 다양하게 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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